자료사진. 뉴시스
● “자금난 이어지면 휴원 검토”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수련병원 50곳의 외래환자는 전공의 이탈 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9% 줄었고 의료 수입은 15.9% 감소했다. 5대 대형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병원) 중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들 병원의 하루 손실은 10억 원대에 달한다.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약 900병상인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이달 초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휴원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병원은 전공의 이탈 후 병상 가동률과 수술·외래진료가 40%가량 줄어 다음 달부터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병원을 대신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지역의료원 중에도 경영난으로 급여를 못 주는 곳이 나오고 있다. 속초의료원은 지난달 의사를 제외하고 간호사 등 직원 260여 명의 급여를 60%만 줬다. 속초의료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줄어든 내원 환자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 “의사만 빼고 희생 이해 안 돼”
의료 수입 외에 식당 등 부대시설에서 발생하는 수입도 줄면서 대형병원들은 간호사 등에 대한 무급 휴가, 신규 발령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로 발생한 경영난을 이유로 다른 직군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의 한 행정직원은 “의사 없이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특수성은 알고 있지만 왜 일반 직원들만 희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조성된 대화 분위기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분 등으로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대화파’로 분류되는 의협 비대위 지도부는 이날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을 향해 “근거 없는 비방과 거짓 선동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경파’로 다음 달 1일 취임하는 임 차기 회장은 의협 비대위 조기 해산을 요구 중이다. 또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협상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혀 4·10총선 후에도 의정 간 대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