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의장 총수로 지정될 듯
주식 소유-내부거래 등 공시 의무
업계 “사업 다각화엔 걸림돌” 분석
적극적 기업 인수 행보에 제동 걸려
그룹 방탄소년단(BTS), 뉴진스가 속한 하이브가 자산 규모 5조 원을 넘기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에서는 처음이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시 의무와 사익 편취 금지 등 각종 규제가 뒤따른다. 하이브는 여러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해가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몸집을 키워왔지만, 앞으로 인수합병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하이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브의 자산은 지난해 기준 5조3457억 원으로 2022년(4조8704억 원) 대비 9.8% 증가했다. 자산 규모가 5조 원을 넘기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하게 됐다. 하이브는 사업을 크게 확대하며 자산 규모를 불려갔지만 2022년까지는 5조 원에 미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 원 이상인 기업을 공시대상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각종 의무를 지운다. 예를 들어 계열사 현황과 주식 소유 현황,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사의 주요 사항 등을 반드시 공시하게 한다. 순환출자는 금지된다.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이런 규제를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하이브의 지분 31.57%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자 설립자인 방시혁 의장(사진)은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방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사익 편취 금지 규제를 받아 방 의장 친족이 일정 수준 이상 지분을 가진 회사에는 일감 몰아주기 등이 금지된다. 대부분 기업은 이런 규제들 때문에 대기업집단 지정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대기업집단 지정이 하이브의 사업 다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기업 인수에 좀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하이브는 이전에 이뤄졌던 인수에서도 규제를 위반하는 것이 없는지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설립된 하이브는 BTS가 2017년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중소 기획사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BTS 멤버가 모두 군에 입대했지만 뉴진스, 르세라핌 등 이른바 ‘4세대 걸그룹’이 성공을 거두면서 BTS의 공백을 메웠다. 올해에도 보이그룹 투어스와 걸그룹 아일릿을 데뷔와 동시에 잇따라 성공시키기도 했다.
다양한 인수합병으로 몸집도 키웠다. 하이브는 2019년 쏘스뮤직, 2020년 플레디스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했고, 2020년 10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2021년에는 글로벌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소속된 이타카 홀딩스를, 지난해에는 미국 유명 힙합 레이블인 QC미디어홀딩스 등을 사들이며 글로벌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매년 대기업집단을 발표하는 공정위는 올해 지정을 위해 각 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올해 지정 결과는 5월 1일 발표된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