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결국 국민들은 투표를 하고 말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2024 총선을 4일 남겨둔 토요일이다. 그래서 총선의 결과를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가 국민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칠지는 알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나 정당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이는 드물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도저히 지지하기 힘든 사건, 무능, 불공정, 비리, 망언, 범죄투성이다. 그러니 다수의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고 투표하는 정당과 후보를 편드는 데 쩔쩔 매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의 무능, 비리, 망언, 범죄 등을 혹시 몰라서 지지하는가 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합리적인 사람들은 차마 그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고 결국 이렇게 얘기한다. ‘그래도 반대 쪽보다는 낫다. 당신은 그들의 더 심한 문제들은 모르냐’고 되묻는다. 그렇게 차악의 선택을 하는 자신을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번 차악의 선택은 선거가 끝나고 나서 오히려 우리 사회를 더 병들게 할 것 같다. 과거에는 그래도 정치인들이 잘못이 드러나면 인정하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그 잘못이 잘못이라고 얘기하면서도 그 반성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봐서 지지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처럼 뻔히 드러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당과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경우는 별로 기억에 없다. 너무나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유죄판결을 받아도, 어린아이도 알 만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하면서 그런 적 없다고 우기는 정당과 후보들을 지지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최고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결과에 관계없이 찜찜하고 불편할 거다. 잘못에 대해 인정도 반성도 책임을 지지도 않는 정치인들을 지지한 우리 국민의 그 인지부조화는 앞으로 우리의 마음속 무엇을 바꿀까? 그것이 정의, 도덕, 윤리, 공정과 같은 영원히 우리가 지켜가야 할 가치가 아니어야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