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조기 치료해야 병 악화 막을 수 있어”
김용길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 치료 시기를 놓치면 평생 등을 못 펴거나 심하면 목까지 굳어버릴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조기에 병을 발견해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엿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런 원인이 아닌데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만성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다. 이 병이 바로 강직성 척추염이다. 김용길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성 척추염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평생 등을 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직성 척추염 어떤 병인가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오래 지속되면서 발생한다. 허리나 엉덩이, 팔과 다리 관절, 앞가슴, 발꿈치나 바닥 등에 통증이 주로 나타난다. 다른 장기로도 침범할 수 있다. 눈으로 진행하면 포도막이란 부위에 염증이 발생한다. 포도막염은 재발이 잘 되며 녹내장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강직성 척추염은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며 전신 염증 질환이다. 이 때문에 완치가 어렵고, 수술로도 치료할 수 없다. 병의 원인을 모르니 예방도 불가능하다. 결국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만이 최선책이다.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염증을 제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평생 약을 먹지 않고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재발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몸이 좋아졌다고 해서 방치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이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척추가 대나무처럼 굳어버린다. 이를 ‘대나무 뼈(Bamboo Spine)’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몸을 앞으로 굽힐 수 없다. 그러니 제대로 운동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서구에 환자가 많다. 북유럽이나 캐나다 같은 경우 국민의 5% 정도가 강직성 척추염 환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이보다 덜해서 국민의 0.3% 내외 정도, 10만 명이 조금 넘는 환자가 있다.
20대에서 40대 사이에 주로 발병한다. 여성보다는 남성 환자 수가 많다. 50대를 넘어서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김 교수는 “군 생활하던 중에 발견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강직성 척추염, 쉴 때 더 아프다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자가 진단법을 알아두는 게 좋다. 일단 척추디스크나 척추협착증과 마찬가지로 강직성 척추염일 때도 등과 허리, 골반 주변에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만으로는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통증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점을 숙지하자. 강직성 척추염의 허리 통증은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보통은 3개월 이상 지속된다. 통증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또 통증의 강도도 악화했다가 좋아지기를 되풀이한다. 통증이 지속적이라면 병원에 갈 텐데, 곧 사라지는 점이 조기 발견을 막는 요소다. 일시적인 통증이라고 생각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이유로 인해 최초 발병 시점을 정확하게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김 교수는 김 교수는 “실제로 환자 대부분이 3~4년 앓다가 병원에 온다”고 말했다.
통증의 주기는 환자마다 다르다. 김 교수는 “한 달 아프다가 이후 서너 달은 멀쩡한 환자도 있고, 일단 아프면 오랜 기간 통증이 지속되다 사라지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통증의 양상은 척추디스크와 완전히 다르다. 척추디스크는 쉬면 통증이 줄어든다. 하지만 강직성 척추염일 때는 운동할 때 통증이 줄어들고, 쉬면 오히려 통증이 악화한다. 척추디스크의 경우 다리가 저리는 등의 신경학적 증세가 나타나지만, 강직성 척추염일 때는 이런 증세가 전혀 없다. 또 척추디스크일 때는 한쪽으로만 증세가 나타나는데, 강직성 척추염은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면서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된다면 병원에 곧장 가야 한다. 병원에서는 우선 척추의 유연성을 검사한다. 다음에는 혈액검사를 통해 유전적 요인이 있는지, 염증 수치가 높은지 등을 확인한다. 이어 X레이로 척추가 얼마나 강직됐는지 확인하고, 정밀검사가 필요하면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한다.
●방치하면 뼈가 굳는다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으면 1차로 운동을 병행하며 재활치료를 한다. 이 치료만으로 효과가 미미하면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약물치료에도 단계가 있다. 우선 소염진통제를 쓴다. 3개월이 지났는데도 염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염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를 쓴다. 이것으로도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으면 또 다른 생물학적제제나 표적치료제를 쓴다. 김 교수는 “병을 완전히 낫게 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는 것이 치료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강직성 척추염 또한 조기 발견과 대처가 중요하다. A 씨 치료 사례가 대표적이다. 2년 전 2월, 당시 21세의 현역 군인 A 씨는 허리가 아파 새벽마다 잠에서 깼다. 의무대에서 소염진통제를 받아와 먹으면 그럭저럭 통증이 사라졌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통증이 다시 나타났다.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자 군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시작했다.
군 의료진은 강직성 척추염이 의심돼 검사를 진행했고, 실제로 초기 상태인 것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소염진통제를 투입했다. 치료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염증 조절을 위한 추가 치료가 필요했다. A 씨는 김 교수를 찾았고, 이때부터 김 교수가 치료를 담당했다. 김 교수는 추가로 생물학적제제 주사를 투입했다. 그 후 A 씨는 조기 전역했고, 치료에 전념했다. 다행히 병은 악화하지 않았다. 소염진통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상태도 좋아졌다. 요즘에는 3개월마다 병원에서 주사 맞는 게 치료의 전부다.
A 씨와 달리 42세 남성 B 씨는 치료에 소홀해 심각한 상태가 된 사례다. B 씨는 2018년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처음 1년 동안은 병원을 잘 다니며 치료도 잘 받았다. 그러나 2019년부터 병원에 가지 않았다. 3년 정도가 지난, 작년 7월 B 씨가 다시 김 교수를 찾았다. 몸 상태는 심각했다. X레이를 찍어보니 척추의 일부를 제외한 모든 뼈가 붙어 있었던 것. B 씨는 몸을 앞으로 구부릴 수 없게 됐다. 지금이라도 치료하지 않으면 목뼈까지 붙어버린다. 김 교수는 “굳지 않은 부위만이라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뼈가 붙어버리면 작은 충격만으로도 골절이 일어나고, 그 경우 상체가 앞으로 그대로 꺾이게 된다”고 말했다.
B씨의 척추를 찍은 X레이 사진. 2018년(왼쪽)에는 뼈 마디가 붙어있지 않았지만 지난해 사진에서는 대부분의 뼈 마디가 붙어버렸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병의 악화 막는 스트레칭
강직성 척추염의 진행을 막기 위한 운동법이 있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팀이 제안한 다섯 동작을 따라해 보자. 환자가 아니어도 이 스트레칭을 시행하면 척추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운동 원칙은 이렇다. 첫째, 매일 해야 한다. 약 20~30분에 걸쳐 다섯 동작을 모두 따라 한다. 둘째, 각 동작은 10~20초에 걸쳐 천천히 하고, 3~5회 반복한다. 다만 여섯 번째 ‘등 근육 강화’ 동작은 더 느리게 10회 반복한다. 더불어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고 과격한 운동을 자제하도록 한다.
①앞쪽 몸통 스트레칭=양손으로 허리를 짚고 상체를 뒤로 젖힌다.
②가슴 스트레칭=벽 모서리를 보고 서서 양손으로 벽을 짚고 앞쪽으로 가슴을 쭉 민다.
③몸통 회전 운동=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회전시킨다.
④뒤쪽 허벅지 스트레칭=누운 자세에서 수건이나 끈을 이용하여 다리를 앞으로 당긴다.
⑤흉추 스트레칭=수건이나 쿠션을 등에 대고 누운 상태에서 양다리를 구부린다.
⑥등 근육 강화 운동=무릎을 대고 엎드린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다. 이때 반대쪽 팔을 들어 쭉 편다. 그 다음에 반대쪽도 번갈아 운동한다.
<강직성 척추염 증세 감별하기>1. 허리, 등 통증이 40세 이전에 시작됐다.
2. 밤에 자다가 허리, 등 통증으로 깬다.
3. 계속 아픈 게 아니고,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4. 아침에 자고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한 느낌이 든다.
5. 특정 운동을 하고 나면 괜찮아진다.
6. 엉덩이 관절이나 어깨 관절 등이 붓고 아프다.
7. 눈 통증이나 충혈이 발생하는 포도막염이 있었다.
자료 : 김용길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