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험회사 메트라이프는 매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2022년 업무 만족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질레니얼세대(밀레니얼과 Z세대 경계에 태어난 사람·통상 1993년에서 1998년에 태어난 사람을 뜻함)의 만족도가 전 세대 중 최저였다.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자신이 하는 업무의 목적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일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일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일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특히 이들의 54%가 이직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으로 의미 있는 일을 꼽았다.
최근 기업마다 젊은 직원들의 이탈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의 이탈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체성 이슈가 그 핵심에 있다. 리더가 제대로 된 의사소통 없이, 어떤 맥락에서 해야 하는 업무인지에 대한 설명 없이 특정 업무를 맡기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그 일의 정체를 몰라 “이걸요? 제가요? 왜요?” 하면서 묻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른 척하다 보면 번아웃이 찾아오고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전통적으로는 적절한 물질적 보상을 통해 구성원에게 필요한 일을 시키는 것이 동기부여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조직을 통해 구성원 개인이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관점이 변해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의 정체성 간 교집합을 만들어 개인을 위해 하는 일과 조직을 위해 하는 일의 경계가 옅어지고 양자가 서로 순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조직의 정체성에 공감하는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 리더가 개인의 정체성을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구성원의 정체성 문제는 교육보다는 선발의 문제에 가깝다. 따라서 지원자가 어떤 스펙과 업무 경험이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조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과 가치관을 공유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해 이해하고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 어떤 구성원이 어떤 업무에 공명해 몰입할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일에 대한 정체성 부여가 조직을 창설할 때 한 번 하고 접어두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행하는 많은 일에서 그 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을 예로 들어보자. 한참을 쭉 뻗은 길 끝에 급커브가 있는 도로에 카메라를 하나 달아야 한다면 어디에 달아야 할까? 그 결정은 이 일의 정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 카메라를 다는 일이 과속하는 운전자에게 벌금을 매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차가 빠르게 달리는 쭉 뻗은 구간에 카메라를 달아야 할 것이다. 반면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쭉 뻗은 구간이 끝나고 급커브가 시작되기 전에 달아야 할 것이다. 급커브 전에 속도를 줄여야 사고가 덜 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크든 작든 구성원에게 일을 맡길 때 리더는 그 일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구성원과 공유해야 한다.
※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89호(2024년 3월 15일자)에 실린 ‘MZ금쪽이 일하게 하려면? 일의 정체성 알게 해야’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