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서 3명 확정 韓, 1988년 종목 도입 후 언제나 金 ‘신궁’ 계보 잇는 임시현, 3관왕 도전… 전훈영, 30세 늦은 나이에 첫 올림픽 올해 고교 졸업 남수현, 막차로 합류
왼쪽부터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
‘샛별’ 임시현(21·한국체대)이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를 이끈다.
임시현은 11일 경북 예천진호국제양궁장에서 끝난 양궁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에서 배점 합계 17.6점으로 여자부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에 단체전이 처음 생긴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직전 2021년 도쿄 대회까지 9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여자 양궁 ‘신궁’ 계보를 잇는 선수로 떠올랐다. 고교 시절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임시현은 한국체대에 입학한 뒤 ‘원조 신궁’ 김진호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경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임시현과 함께 ‘무명(無名)’이던 전훈영(30·인천시청), 남수현(19·순천시청)이 여자 양궁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올림픽뿐 아니라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 적이 없던 전훈영은 2위(배점 합계 12)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남수현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3위(배점 10)로 올림픽 멤버 막차 티켓을 얻었다.
‘한국 양궁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로 뽑히는 게 더 어렵다’는 말처럼 이번 여자 대표팀엔 직전 도쿄 올림픽 멤버 3명이 모두 탈락했다. 한국 양궁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3관왕에 올랐던 안산도 탈락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3명 중 국제대회 경험이 가장 많은 임시현은 “오늘부터 단체전을 겨냥해 호흡을 맞추기 시작할 것”이라며 “기량이 좋은 선수들을 뽑은 만큼 열심히 한다면 올림픽 10연패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 광주여대 교수는 “우리 선수들은 치열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치기 때문에 한 발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10연패에 대한 부담은 있겠지만 서로 믿고 소통한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부에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7·코오롱), 김제덕(20·예천군청)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해 파리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최근 두 번의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땄던 김우진은 “세 번째인 파리 올림픽에선 개인전 금메달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자 양궁 대표팀 맏형 오진혁(41·현대제철)은 8위로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 2관왕이자 2021년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은 “국가대표 선수로 활을 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다. 마지막 화살로 10점이 아닌 9점을 쏴 아쉽다”고 했다.
홍승진 양궁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여자 단체전 10연패, 남자 단체전 3연패 등 이뤄야 할 게 많다”며 “잘 준비해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모두 따내겠다”고 말했다.
예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