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女 2명 피살-男 2명 투신 전날 女가족 실종신고 접수한 경찰… CCTV 확보 못해 13시간 추적 중단 경찰 현장 떠난뒤에 남성 2명 투신 “강력한 실종자 수색 법 개정 시급”
경기 파주시의 한 호텔에서 20대 여성 2명이 목 졸려 숨지고 남성 2명이 투신해 사망한 가운데, 경찰이 투신 사건 약 30분 전 해당 객실을 찾았지만 “(여자가) 나갔다”는 남자의 말을 듣고 안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사건 전날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이 확보되지 않아 약 13시간 동안 추적이 중단된 사실도 확인됐다. 적극적인 실종자 수색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CCTV 못 구해 13시간 추적 중단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후 4시 40분경 20대 여성 A 씨의 가족이 고양경찰서에 찾아갔다. A 씨가 8일 오후 5시경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후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A 씨 등 여성 2명은 10일 해당 호텔 객실 안에서 손목과 목이 케이블타이로 묶인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수사팀이 CCTV를 처음 요청했던 시간에 여성들이 살아 있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시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 투신 30분 전 객실 찾았지만 돌아나와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1차 부검 결과 A 씨 등 여성 2명의 사망 원인은 목 졸림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은 A 씨 등이 살해당했다고 보고, 함께 투숙했다가 투신해 숨진 B 씨 등 남성 2명이 그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남성들이 투신하기 전 경찰이 그들을 연행해 진상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수사팀은 실종된 A 씨를 추적한 끝에 10일 오전 10시경 이들이 묵고 있던 호텔의 21층 객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B 씨가 문을 살짝 열고 얼굴만 내민 채 “(A 씨가) 고양시의 한 상점가에 나갔다”고 답하자 방 안을 확인하지 않고 1층 프런트로 내려왔다. A 씨가 실제로 호텔 밖으로 나갔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 10시 35분경 B 씨 등 남성 2명은 객실 밖으로 투신했다.
● 실종자 수색 법안, 폐기될 처지
이에 따라 당시 수사팀이 ‘긴급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했거나 강력한 실종자 수색 매뉴얼이 있었다면 사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자를 수색할 때 강제 진입이나 CCTV 협조 요구를 명확히 규정한 ‘실종성인의 소재 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022년 2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21대 국회가 폐원하면 이 법안도 자동 폐기된다.
경찰이 남성들의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숨진 남성 중 1명과 여성 중 1명은 지난해부터 알던 사이였다. 다른 여성과의 관계는 파악되지 않았다. 남성 중 1명이 8일 오후 3시경 보안 메신저에 구인 공고를 올렸는데, 해당 여성이 이를 보고 찾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공고는 단순 아르바이트로, 성범죄와 연관성은 없었다고 한다. 객실 안에서도 성범죄나 마약류 투약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B 씨 등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방침이다.
파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파주=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