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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판 내 지진’ 안전지대 아냐… 장소-시기 예측 못해 더 위험

입력 | 2024-04-12 03:00:00

전문가들 위험성 경고
인접 판 응력 받아 판 내부서 발생… 지난주 뉴욕서 이례적으로 일어나
50년간 20차례 기록돼 연구 부족… 진원지 얕고 대비 못해 피해 더 커
한반도, 태평양판 등 사방서 영향… “활성단층 조사 늘려 재난 대비를”



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전광판 주변을 지나고 있다. 이날 판 내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뉴욕에서 이례적으로 규모 4.8의 ‘판 내 지진’이 일어났다. 판 내 지진은 예측하기 어렵고 진원지의 깊이가 얕아 극심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5일(현지 시간)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통상 대륙 판과 판의 경계나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과는 달랐다. 판 내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미 동부에서 중급 규모의 지진이 이례적으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판 내 지진’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증거라며 판 내부에 위치한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 예측 어려운 ‘판 내 지진’


지진은 지각 내부에 축적된 응력이 단층운동으로 해소되면서 발생한다. 대부분 판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판 경계 지진’이다. 판 경계를 따라 좁고 길게 분포한 단층대에서 발생하며 빈도가 잦은 만큼 분석도 활발해 지진 발생 위치와 시점을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일례로 3일 강진이 발생한 대만은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이번 뉴욕 지진은 지각판 가운데에서 일어난 판 내 지진이다. 지각 내부에 복잡하게 분포한 단층의 재활동으로 일어난다. 인접한 다른 판의 응력을 받게 되면서 지각판 내에 약한 부분이 부서져 발생한다. 뉴욕 지진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미 뉴저지주 아래에 있는 애팔래치아산맥에서 이어진 ‘라마포 단층’이 원인이라고 추측한다.

규모 6 이상의 판 내 지진은 전 세계에서 1974년 이후 20차례만 기록됐다. 판 경계 지진이 발생한 횟수의 1%도 안 된다. 자주 일어나지 않는 만큼 정보도 부족해 지진의 발생 위치와 시점을 분석하기 어렵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지각 내부에 사람이 파악하지 못한 단층이 많다”면서 “어떤 단층이 판 내 지진을 일으킬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판 내 지진은 연구가 부족해 평소 대비가 안 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큰 규모의 판 내 지진이 일어나면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2001년 1월 인도 구자라트와 파키스탄 일부 지역에서 규모 6.9∼7.9의 판 내 지진이 발생해 2만5000명이 숨졌다. 건물 대부분이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뉴욕 시민들이 이번 지진으로 불안이 컸던 것도 평소 지진이 거의 없어 대비를 하고 있지 않아서였다.

특히 판 내 지진의 진원지는 보통 깊이가 얕아 위험하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판 내 지진은 지표면에서 15km 깊이에 불과한 비교적 얕은 곳에서 발생하는 반면 판 경계지진은 최대 660km에 이를 정도로 깊은 곳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영국 기후학자 빌 맥과이어는 ‘BBC 사이언스 포커스’에 “지구온난화가 판 내 지진 활동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기고문을 공개했다. 빙하와 빙상이 녹으면서 지각 아래에 가해지는 하중이 감소해 지각이 크게 변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반도 아래 모든 단층 지진 원인 될 수 있어


한국도 뉴욕과 마찬가지로 판 내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지만 사방에서 태평양판과 인도양판이 유라시아판을 미는 힘을 받고 있다. 필리핀판도 영향을 준다. 지각 응력이 한반도에 축적돼 있다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갑자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한반도 아래에 존재하는 모든 단층들이 잠재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보다 한반도가 지진 위험 지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 일대에서 일어난 가장 큰 지진은 규모 5.4로 추정되는 1884년 지진이다. 무려 140년 전이다. 조 센터장은 “한국은 최근 규모 5 이상의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4.0 지진을 비롯해 지난해 한반도에서 일어난 규모 3 이상 지진 횟수는 기상청에 따르면 16차례다. 연평균 10.4회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지진재해에 효과적으로 대비·대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단층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 교수는 “특히 250만 년 이전부터 현재까지 지진을 일으킨 이력이 있는 ‘활성단층’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국은 2016년 경주 지진을 계기로 2017년부터 전 국토를 대상으로 활성단층 조사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더 자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판 내 지진지각 내부에 복잡하게 분포한 단층의 재활동으로 판 경계가 아닌 내부에서
일어나는 지진.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