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서 국내 유일 장인들 작품 기획전 금박-대나무 발-대나무 채상 등 치열했던 삶-작품 활동 엿볼 기회
국내 유일의 통영갓 장인 정춘모 씨가 가는 대나무로 엮은 갓의 차양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골한옥마을은 올 10월 31일까지 분야별로 유일하게 남은 국가무형유산 네 명을 조명하는 기획전 ‘과거가 현재에게, 단 한 명의 장인으로부터’를 연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991년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로 지정된 정 씨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통영갓을 만들 줄 아는 장인이다. 전통 갓 중에서도 최고로 여겨지는 통영갓은 과거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12공방’에서 생산된 것으로 유명하다. 갓 제작은 모자를 만드는 ‘총모자’, 차양 부분을 만드는 ‘양태’, 이 두 가지를 조립하는 ‘입자’로 절차가 나뉘는데, 그는 이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
누구도 상투를 틀지 않는 시대에 갓은 ‘옛것의 상징’이 됐지만 정 씨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 사극에서도 진짜 갓 대신 모조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는 “국내와 달리 오히려 해외에서 갓의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금박장 김기호 씨가 옷감에 금박을 새기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조 씨는 증조부 대부터 4대째 가업을 이어온 국내에서 유일한 염장이다. 그가 가는 대올로 짜는 발은 섬세하고 고운 문양을 자랑한다. 세종대왕릉(영릉) 정자각, 덕수궁 함녕전 등 문화유산에서는 물론이고 영화 ‘킹덤’, ‘올빼미’ 등에서도 그의 발을 볼 수 있다. 한때는 발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파트 위주의 주거 양식이 들어서면서 커튼과 블라인드로 대체됐다. 조 씨는 “예전엔 귀한 집에 발로 멋을 낼 수 있었는데 요새는 환경이 달라지다 보니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며 “발 하나가 덜렁덜렁 만든다고 팔리는 게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장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금박장 김기호 씨(56)는 1997년 이 일을 시작한 뒤 금박을 입힌 명함지갑, 필통, 넥타이 등을 개발했다. 금박을 옷에만 입힌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티모테 샬라메와 젠데이아가 그가 만든 금박 넥타이와 댕기를 제작진으로부터 선물받기도 했다. 김 씨는 “방송에 5초 정도 나갔는데 주문이 꽤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가 꾸준히 전시를 하자 다른 무형문화재나 젊은 예술가들이 금박을 전시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김 씨는 “해외 명품처럼 금박을 활용한 상품을 하나의 명품으로 키우고 싶은 바람이 있다”며 “금박의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더 활발히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상장 서신정 씨(64) 역시 과거 예물함으로 주로 사용되던 채상(채색한 상자)의 용도를 넓히고 있다. 도시락과 모빌 등 장식품을 만들고, 소반과 반닫이에도 채상을 입혔다. 서 씨는 “우리 것을 관심 있게 보고 사서 쓸 수 있도록 작품을 더욱 다양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