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9조 늘어, 1인당 2200만원꼴 ‘총선 의식 국가결산 지각 발표’ 논란
뉴스1
중앙 및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나랏빚이 전년보다 60조 원 가까이 늘어나며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다.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넘어서며 국민 한 사람이 진 빚은 2200만 원으로 불어났다. 4·10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재정지출 확대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나랏빚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9조4000억 원 늘어난 규모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였다. 국가채무가 GDP의 절반을 넘어선 건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국가채무는 국채, 차입금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상환 의무를 지고 있는 나랏빚이다.
이에 따라 1인당 국가채무는 전년보다 120만 원가량 늘었다. 국가채무를 2023년 말 주민등록 인구수(5132만5000명)로 나누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인당 국가채무는 2195만 원이다. 1년 전 1인당 국가채무는 2076만 원이었다.
감세 기조속 세수결손 56조… 작년 채무상환 0원
나랏빚, GDP 50% 넘어
민생지원금 1인당 25만원 지급 등
총선 공약 이행땐 재정 더 악화 우려
4%에 육박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5.8%), 2021년(4.4%)과 외환위기 때였던 1998년(4.6%) 등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09년(3.6%)보다도 0.3%포인트 높다.민생지원금 1인당 25만원 지급 등
총선 공약 이행땐 재정 더 악화 우려
나라살림이 나빠진 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 원으로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잡았던 예측치보다 56조4000억 원 덜 걷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재정 적자는 세수 감소 영향이 컸는데, 정부는 감세 정책을 펴면서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앞으로의 나라살림도 건전성 측면에선 좋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총선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재정 악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민생회복지원금 1인당 25만 원 지급’ ‘아동수당 20만 원 지급 확대’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선 13조 원가량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의 정책 기조상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 보편적인 현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 대비 3%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재정 성적표’인 국가결산이 총선 직후에 발표된 점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가결산은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4월 10일’보다 하루 늦게 발표됐다. 이를 두고 여당에 악재가 될 수 있어 총선 뒤로 발표를 늦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매년 4월 10일까지 전년도 국가결산보고서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통상 4월 첫째 주 화요일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결산 안건을 의결해왔다. 10일이 휴일인 경우 그 전에 국무회의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총선 날짜 하루 뒤에야 결산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는 행정기본법에 근거해 11일까지 국가결산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일정은 국무총리실에서 여러 사항을 고려해 정한 것으로 안다”며 “화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에 개최한 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