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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능력한 윤석열과 어설펐던 한동훈
정부 임기 3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 심판 성격의 선거 구조상, 이번 총선은 애초 야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당은 ‘금 사과값’도, ‘의료 대란’도, ‘대파 논란’도 모두 정부·여당 탓을 하면 됩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다음날인 11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괜히 선거전문정당이 아니다”라며 “한동훈이 혼자 읍소하다가, 갑자기 골든크로스라 했다가, 오락가락하는 선거 메시지를 내뱉는 동안 민주당은 이재명, 이해찬, 김부겸이 각각 세 곳에서 한목소리로 ‘정권심판’을 외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능한 윤석열과 어설픈 한동훈의 합작에 따른 참패라는 거죠.
“(윤석열) 대통령도 어찌 보면 본인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못했기 때문에, 누군가가 더 미웠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측면이 있잖아요. 지금 야당도 본인들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심판 전선 때문에 (승리하게) 된 거란 말이에요. 이게 온전히 나를 지지하는 거라고 착각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조국 대표든, 이재명 대표든 지금부터 잘해서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지, 상대가 싫어서 얻은 표를 나를 좋아해서 찍은 표라고 착각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또 나빠지는 겁니다. 그걸 경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민주당 이철희 전 의원도 SBS 선거 개표방송에 나와 이같이 지적했더군요. 100% 공감합니다.
● 물론 이재명도 못 했다
당내에선 ‘이재명도 이번 선거 때 결코 잘한 건 아니’란 말도 슬슬 나옵니다. 지금쯤 이재명 대표는 어쩌면 자신의 공천이 다 옳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제 내부 평가가 그렇지만은 않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월 2일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일대에서 류삼영 서울 동작을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이재명 유튜브 캡처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4선 중진 출신이 나경원 후보를 내세웠던 만큼 이재명 대표가 직접 정치 신인 류삼영 후보를 지원했던 것”이라며 “사실상 ‘나경원 대 이재명’의 구도였던 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대표가 ‘나베’라고 언급한 게 가장 큰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동작을 지원 유세 도중 “별명이 ‘나베’(나경원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합성어)라고 불릴 정도로 국가관이나 국가정체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나베’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나경원 후보를 비하하기 위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이름을 섞어 만든 표현입니다. 일본어로는 ‘냄비’를 뜻하다 보니, 여성을 매춘부 등에 빗대는 여성 비하 용어라는 지적을 받았죠.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당선된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 4월 3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일대에서 유권자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뉴스1
서울 도봉구 일대에 걸린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안귀령 후보의 선거 현수막. 민주당의 대표적 ‘텃밭’으로 꼽히는 서울 도봉갑에서 김 후보가 안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뉴스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개혁신당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왼쪽)가 11일 새벽 경기 화성시 여울공원에서 당선이 유력시 되자 기뻐하는 모습. 뉴스1
―총선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어렵겠지만 민주당이 이기길 기대한다. 민주당 내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 나라 전체의 비정상을 바로잡을 의무도 있다.”
―그럼 이 대표는 ‘내 선택이 맞다’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쁜 과정을 대신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과정에 대한 기억은 따로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따로 있어야 한다.”
“어렵겠지만 민주당이 이기길 기대한다. 민주당 내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 나라 전체의 비정상을 바로잡을 의무도 있다.”
―그럼 이 대표는 ‘내 선택이 맞다’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쁜 과정을 대신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과정에 대한 기억은 따로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따로 있어야 한다.”
지난 3월 14일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인터뷰 도중 했던 말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패배를 분석하는 자체 백서에 당시 당의 후보였던 이 대표에 대한 평가나 반성은 제외했습니다. 900쪽짜리 백서엔 온통 ‘정권교체 프레임 탓’, ‘문재인 정부 탓’이어서 당내에서도 논란이 됐죠. 민주당이 과연 이번 총선 과정에 대해선 제대로 평가할 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