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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밑줄 긋기]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입력 | 2024-04-13 01:40:00

최제훈 지음·문학과지성사




모든 순간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손에 쥔 참치 캔의 단단한 감촉이, 밤하늘에서 내려오는 탐스러운 눈송이가, 자작나무 가지마다 핀 눈꽃이, 눈꽃을 물들이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맞은편 여자 기숙사 쪽에서 타박타박 다가오는 아담한 그림자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이, 흩어지는 입김을 비추는 뽀얀 달빛이.

2007년 등단한 뒤 판타지,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두루 써온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