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국민이 민주당을 국회 1당으로 만들어 주고 무거운 책임감도 부여한 만큼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충직한 도구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해 “정치의 근본이 대화와 타협인데 당연히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며 정부와의 민생 협력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가 이처럼 겸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게 오래가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번 총선으로 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의 당’이 됐다. 동아일보 분석 결과 지역구 당선인 161명 중 친명계가 68%에 달했다. 주류가 된 친명계의 충성 경쟁은 대여 강경노선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압승의 여세를 몰아 각종 특검법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이 비례의석을 포함해 확보한 175석은 21대 국회 때의 180석에는 못 미친다는 점도 그간의 입법 폭주 못지않은 강성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압도적 과반의 원내 1당이지만 법안 신속 처리를 위해선 총선에서 선명 야당을 내걸고 비례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민주당이 모자라는 몇 표를 얻기 위해 조국당의 강경 노선에 끌려가는, 즉 꼬리에 의해 몸통이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복원이 대통령과 여당의 일만은 아니다. 거대 야당으로서 국회 권력을 쥔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속에 고통받는 민생의 회복을 위해, 활력을 잃은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먼저 손 내밀고 나서야 한다. 의정 갈등 같은 당면한 현안에도 보다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며 수권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심은 여든 야든 오만과 독선에는 등을 돌린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