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후폭풍] 양당 연대 첫걸음 뗄까 주목 교섭단체 완화 공약했던 이재명… “曺대표 만날것” 연대의지 밝혀 反尹투쟁 맡기고 민생 주력 기대… 일부선 “曺에 주도권 뺏길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가 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22대 총선 당선인들과 함께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운데)가 같은 날 오전 당선인들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 하향’을 22대 국회 개원 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12일 “교섭단체 요건 완화가 소수 정당의 참여 기회 확대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22대 국회 과제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달 교섭단체 의석을 현재 20석에서 10석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치개혁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이날 “조국혁신당도 중요한 정치세력이다. 당연히 존중하고 함께 가야 한다”며 “(조 대표와도) 조속히 만나 대화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4·10총선 승리 이틀 만에 조국혁신당과의 ‘범야권 연대’ 의지를 직접 적극적으로 밝힌 것이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 하향은 국회법 개정 사안이라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자칫 조 대표에게 개원 직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길 수 있다”며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되려면 진보당(3석)뿐만 아니라 새로운미래(1석)를 비롯해 더불어민주연합으로 원내에 입성한 기본소득당(1석)과 사회민주당(1석), 시민사회 몫 비례대표 2명까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가치관과 비전이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약속한 대로 교섭단체 요건을 낮춰준다면 교섭단체 구성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대여(對與), 대검(對檢) 투쟁에서의 부담을 나눌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교섭단체는 국회 윤리 심사 징계 요구권, 의사 일정 변경 요구권, 국무위원 출석 요구권 등을 갖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로서 해당 권한을 이용해 ‘반윤(反尹) 투쟁’에 앞장서 준다면 민주당은 원내 제1당으로서 민생 사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민석 상황실장이 지난달 27일 정치개혁 공약 중 하나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내건 것도 이 같은 계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위해서는 현행 국회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은 당장 21대 국회 남은 임기에 이를 추진하기보다는 22대 국회 개원 후 논의를 시작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 “曺에 주도권 빼앗길 수도” 우려 목소리도
특히 민주당 친명계 지도부 일각에서는 당내 일부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이 조 대표를 중심으로 ‘반이재명 연대’를 꾸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조 대표에게 너무 가능성을 열어줘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한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대권 가도를 달리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현재 유일한 대항마가 조 대표”라며 “당장은 협력 관계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최대 경쟁 상대”라고 했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가 실제 국회 운영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지도부 의원은 “교섭단체 요건이 20석으로 제한된 것은 애초 각 상임위원회에 적어도 1명의 의원을 낼 수 있어야 국회 운영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무적 차원에서 접근하다가는 국회 운영상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