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칼 발언’ 논란 시민사회수석 폐지 尹 “여야와 소통 잘되는 의원 출신” 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인선방향 밝혀
뉴시스
4·10총선 참패 후 쇄신안을 구상 중인 대통령실이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을 신설하고, 시민사회수석실은 사실상 폐지하는 조직 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마친 뒤 정무수석 등 대통령실 인선 방향에 대해 “여야와 소통이 잘되는 국회의원 출신을 뽑을 계획”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4일 “민심을 제때 정확히 전달하고 정책 조정과 공직기강, 정보 통합 역할을 하는 수석급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올라간 것으로 안다”며 “다만 과거 민정수석실의 문제로 지적된 ‘사정(司正)’ 기능은 빠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석급 신설 검토는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고 사정 기관 장악력을 높여 권력 누수를 방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정수석실 폐지 공약을 감안해 대신 법률특보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비서실장 인선을 매듭지은 뒤 대통령실 개편 구상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또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의 부서인 시민사회수석실 기능을 축소 통폐합해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기능과 자원을 정무수석실로 대폭 이전해 대국회 소통 채널인 정무수석실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률수석, 민심 청취 강화라지만… “사정기관 장악 의도” 지적도
대통령실, 법률수석 신설 검토
일각선 “권력 누수 방지용 아닌가”
‘국회 소통’ 정무수석 강화 구상
4·10총선 참패 수습을 위한 대통령실 개편안에 법률수석실을 신설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1차적 요인으로는 민심을 청취해 국민과 대통령 사이를 좁히는 민정(民情)의 기능 강화에 있다. 일각선 “권력 누수 방지용 아닌가”
‘국회 소통’ 정무수석 강화 구상
다음 달 취임 2주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참모와 주요 조언 그룹들로부터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민정수석을 만들거나 민정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파행,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등 주요 난맥상도 민심이 윤 대통령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해 생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책 조정, 공직 기강 등 정보를 통합적으로 보고해 문제를 총괄 조율하던 민정수석의 역할이 아쉽다는 우려도 나왔다. 법률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양측 업무를 자연스럽게 조정할 수석급 인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그러나 법률수석실 신설이 현실화할 경우엔 그간 사정(司正)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온 민정수석실의 부활이라는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민정수석을 신설하는 효과로 검찰 등 사정기관 장악력을 강화해 권력 누수를 방지하고 국정 동력을 유지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법률수석실이 아니라 법률특보 형태의 자리를 신설하는 방향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이 수사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정수석을 폐지한 것”이라며 “만약 법률수석실이 신설되더라도 ‘사정’ 관련 기능은 제외하는 방향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새 실장이 임명된 이후에 검토될 사안들”이라면서도 “대통령의 부패 척결 의지가 강하고, 주요 권력기관 간의 조정 문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논란으로 사퇴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의 후임 인선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대통령실 개편 안에는 시민사회수석실 기능은 축소 통폐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수석과 비서관 직을 최소화한 뒤 인력과 기능 상당 부분을 정무수석실로 이관해 대국회 소통 채널인 정무수석의 위상을 복원하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정무수석 등 인선에 대해 “여야와 소통이 잘되는 국회의원 출신을 뽑을 계획”이라고 설명한 것도 협치에 방점을 찍은 대목이다. 후임 정무수석에는 신지호 전 의원 등을 비롯해 다선 의원 출신의 인물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