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00만시대, 전국 8840채 그쳐 임대료 월 수백만원 고가에도 인기… 금융-건설업계, 속속 뛰어들어 정기수입 적은 노년층 ‘분양형’ 선호… 인구감소 89곳 허용, 수요와 엇박자
평창카운티 지하 1층 라운지 전경. 자료: KB골든라이프케어 제공
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164채 규모 노인복지주택 ‘평창카운티’. KB라이프생명 자회사에서 직접 운영·임대하는 곳으로 지난해 12월부터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입주민을 받기 시작했다. 주력 평형인 전용면적 39㎡ 방 현관에 들어서자 신발을 신을 때 앉는 안전의자가 눈에 띄었다. 욕실, 침실 등 곳곳에는 낙상 방지 손잡이가 설치돼 있었다. 침실 비상벨을 누르자 지하 1층 헬스케어실에서 24시간 상주하는 전담 인력이 3분 만에 도착했다.
각 주택 입주자의 움직임이 모션 센서에 감지되지 않아도 헬스케어실 사이렌이 울린다고 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기 전 상주 간호사가 먼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여기에 더해 영양사의 맞춤형 식단, 전담 트레이너의 운동코칭 등도 받을 수 있다. 39㎡ 기준 보증금은 2억3000만 원이고, 매달 관리비와 식사비 등의 용도로 300만∼388만 원을 내야 한다. 한만기 KB골든라이프케어 시설장은 “지난달 한 손님이 내부를 둘러보던 중 저혈당 쇼크에 빠졌는데 상주 간호사가 잘 대응해 상태가 호전되자 곧바로 입주를 결정했다”고 귀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81만 명으로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은퇴자들은 기존 노년층에 비해 자산 수준이 높아 시니어주택 같은 새로운 형태의 주거 수요가 커졌다.
지난달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정한 89개 지역에 한해 분양형 시니어주택을 허용하기로 했다.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많지 않은 노년층 입장에선 월 임차료가 큰 임대형보다는 분양형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다. 공급자 입장에서도 주택 건설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선호한다.
일부에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엔 부족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년층에겐 의료시설 접근성이 중요한데, 인구감소지역은 이를 충족하기 쉽지 않아서다. 수도권 내 인구감소지역은 인천 강화·옹진군, 경기 가평·연천군뿐이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앞으로 수도권 노인 인구가 크게 늘어날 텐데, 실제 수요와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