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세월호 이후 7건 분석… 61건만 입법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1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사회적 재난이 7건 발생했지만, 관련 법안은 절반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가 참사 직후에만 ‘반짝’ 관련 입법에 열을 올리고 시간이 지나면 관심을 거두는 탓에 비슷한 유형의 재난을 막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이후 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사고는 서울 이태원 참사와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등 7건이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7건과 관련해 총 138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 중 통과된 법안은 61건(44.2%)에 불과했다. 특히 14명이 사망한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관련 법안 8건 중 1건만 통과됐다.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는 관련 법안 39건 중 13건이,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발의 23건 중 10건이 통과됐다.
제천 화재 당시 건물주의 아들이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돼 소방시설 등을 자체 점검하면서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바로잡는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2018년 1월 국회에 발의됐다. 건물주나 4촌 이내의 친족이 ‘셀프 점검’할 수 없도록 소방안전관리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2019년 2월 2명이 숨진 대구 대보사우나 화재 등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화재도 건물관리인의 ‘셀프 점검’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부 유가족은 ‘정치인들이 정쟁거리가 될 만한 재난에만 관심을 둔다’고 비판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참사의 유족 최명식 씨(57)는 “정치색 없이 유가족들을 위해야 하는데, 당시 (유족에게) 손을 내민 건 전부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되는 단체들이었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 참사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이 문제”라며 “(국민 안전과 관련해) 정부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협의체나 상설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