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TSMC 이어 3번째 규모 공장 4개 신설 등 추가투자 약속 “텍사스 첨단반도체 생태계 공고화” 삼성전자 “韓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
테일러 공장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최대 64억 달러(약 8조864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1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포함해 미국에 총 400억 달러 이상 투자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삼성에 대한 보조금은 인텔(85억 달러), TSMC(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인텔과 TSMC가 각각 1000억 달러, 6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투자액 대비 보조금 규모는 삼성전자가 가장 크다.》
삼성전자가 미국 투자 규모를 17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 이상으로 대폭 높인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메모리 분야 1위이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겸하는 삼성의 경쟁력이 발휘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이번 보조금 협상을 계기로 인공지능(AI) 분야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생산 기지를 확대하게 됐다. 미국 입장에서는 TSMC와 인텔에 이어 삼성까지 투자를 유치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노릴 수 있게 됐다.
● 美, 삼성전자에 64억 달러 보조금 지급
연내 완공되는 파운드리 공장에서는 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과 함께 차세대 2나노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2027년 양산에 돌입하는 두 번째 공장에선 2나노 로직(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첨단 패키징 공장에는 AI 시대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은 물론이고 첨단 메모리 제품에 대한 패키징 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로 미국 텍사스 중부의 첨단 반도체 생태계 역할을 공고히 하게 됐고 최소 2만1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됐다”며 “한미동맹이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 내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 “원스톱 생산… TSMC 넘는 삼성의 강점”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삼성의 입지를 감안한 것이다. 일례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은 SK하이닉스의 HBM을 받아 TSMC가 최종 생산한다. 최근 대만 강진은 반도체 공급망을 한 곳에 의존하는 것이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는 파운드리만 하지만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갖고 있어 미국에서 원스톱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TSMC보다 삼성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의 공장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보안을 고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를 앞세워 TSMC와 인텔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에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AI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들이 몰려 있는 만큼 이들로부터 파운드리 수주를 대거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파운드리 세계 점유율은 11.3%였다.
삼성전자는 국내 투자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150곳을 유치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삼성전자 측은 “한국에서의 투자는 전혀 차질이 없다. 인텔과 TSMC와 달리 미국 정부로부터 저금리 대출을 지원받지 않은 것도 투자 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