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엔진 아시아 뉴7] 〈5〉 베트남 ‘항공엔진기지’ 구축한 한화 부품당 20~100개 초미세 공정… 최소 6개월 교육후 라인 투입 코로나때 셧다운없이 부품 공급… GE-P&W ‘우수 협력사’로 선정
베트남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 단지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엔진 공장 전경.
“베트남에서 무슨 항공 엔진이냐고들 했죠.”
1일 베트남 하노이 호아락 하이테크 단지의 한화에어로엔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법인) 공장에서 만난 남형욱 법인장은 한화가 베트남에 항공기 엔진 부품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을 당시 엔진 업계 반응에 대해 이같이 기억했다. 베트남의 항공엔진 산업은 대부분 3차 공급사로 이뤄져 있다. 첨단 공장도 거의 없었다.
‘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에도 한화는 2017년 9월 호아락 하이테크 단지에 한화에어로엔진 1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첫 해외 엔진 생산기지다. 중국 대비 절반 수준 인건비로 채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인력과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 무역이 자유롭다는 점 등 베트남이 가진 강점이 컸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베트남의 3대 무역국은 중국, 미국, 한국이며 이들 3국이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 부품당 100개에 달하는 초미세 공정
미세한 작업을 위해 베트남 현지 직원들은 최소 6개월의 교육을 받은 뒤 라인에 투입된다. 베트남 직원들은 타고난 손재주가 좋은 데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의욕도 강하다. 베트남에서 보기 드문 첨단 제조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도 크다.
실제로 항공기 엔진은 아무나 생산할 수 없다. 독자적인 전투기 엔진 개발 기술은 전 세계에서 단 6개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만이 가지고 있다. 민항기용 엔진은 미국 GE에어로스페이스, 프랫앤드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 프랑스 사프랑 등만 생산할 수 있다.
1979년 항공기 엔진 사업에 뛰어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P&W의 지분참여형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국제공동개발사업(RSP)까지 따내며 글로벌 항공엔진 부품 1차 공급사 가운데 최상위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은 출하
한화에어로엔진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각국의 봉쇄 정책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된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엔진은 단 한 번의 셧다운(공장 폐쇄) 없이 주문받은 부품을 생산해 공급했다. 당시 주재원과 현지 직원들이 회사 건물 한편에 텐트를 치고 먹고 자며 공장을 가동한 덕분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기초적인 부품 공급에 만족한 엔진 제작사들은 더 높은 차원의 기술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부품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셧다운 없이 공장을 가동하며 경험을 쌓은 인력을 고스란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객사의 주문을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팬데믹 당시 수요가 급감하자 연쇄적으로 직원을 내보냈던 항공업계가 엔데믹 이후 후폭풍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노이=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