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부진에 올리브유-팜유 급등 굽네치킨-파파이스 “2년만에 인상” 햄버거-김밥 등 먹거리 일제히 들썩 식품물가 전체로 번질 가능성
국내 ‘톱5’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이 주요 제품 가격을 10% 안팎 인상했다. 각종 원부자재 값 상승이 원인이 됐다. 유지류는 물론이고 커피 원두, 카카오 등도 글로벌 이상기온으로 주산지 작황이 나빠지자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결국 해당 농산물을 원재료로 한 가공식품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 치킨·버거 가격 인상 행렬
15일 굽네는 9개 제품 가격을 19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2022년 이후 2년 만의 가격 상승이다.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의 경우 1만8000원에서 1만9900원으로 10.6% 오른다. 굽네 측은 “최근 몇 년간 비용 상승으로 가맹점 수익성이 악화돼 가격을 올렸다”고 했다. 치킨과 샌드위치(버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파파이스도 2년 만에 가격을 올렸다. 파파이스는 이날 “치킨, 샌드위치, 사이드 등 메뉴 가격을 평균 4%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 행렬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은 지난해 4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3000원 인상했다. 업계 1위 bhc도 같은 해 12월 뿌링클 등 주요 메뉴 가격을 3000원 올렸다. 신세계푸드는 올 2월 노브랜드 버거에서 NBB 시그니처(단품) 가격을 4400원에서 4800원으로 조정하는 등 30여 종 제품 가격을 100∼400원씩 인상했다.
올리브유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국제 올리브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 주 기준 스페인 남부산 비정제(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가격은 100kg당 864.5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65% 올랐다. 전 세계 올리브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봄철 가뭄과 여름철 폭염이 겹친 탓이다. 치킨업계 2위 BBQ는 ‘100% 올리브유’를 쓰다 작년 10월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바라기유를 일부 섞어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7% 줄었다. 올리브유 가격이 더 오르면 BBQ 역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金값 되는 서민 식품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현재의 기후변화가 이어질 경우 2030년까지 밀 생산량이 24%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브스 역시 45년 이내 전 세계 감자 수확량이 최대 32%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 곡물 가격 인상은 물가에 치명적이다. 곡물을 주요 원료로 하는 김밥, 짜장면 등 주요 식품들이 기후변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전쟁 등 해소 가능성이 있는 요인과는 달리 기후변화는 영향이 서서히 커져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연구기관들은 기후플레이션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2022년 여름 유럽 각국에 기록적인 폭염이 닥치자 식품 물가 상승률이 0.43∼0.93%포인트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2035년까지 기후로 인해 식품 물가 상승률이 최대 3.2%포인트, 전체 물가 상승률은 1.2%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