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보안관들이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순찰하고 있는 모습.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14년간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지하철 보안관으로 근무하는 김성태 씨(47)는 “최근 강남역에서 불법 촬영하던 사람을 현장에서 적발했는데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20분 동안 난동을 부리는 걸 겨우 제압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매일 700만 명이 넘게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에서 성추행과 불법 촬영 등 지난해에만 3500건이 넘는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하철 보안관은 체포권을 포함한 사법 권한이 없어 폭행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보안관 등을 대상으로 한 폭행 피해는 2021년 204건, 2022년 238건, 지난해 177건 등 매년 100건 넘게 벌어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보안관은 공사 소속 직원이라 신분증 제시 요구권이나 체포권, 수사권 등이 없다”며 “범죄를 적발하더라도 도리어 폭행당하거나 민원, 고소 등으로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지하철에서 흉기 난동, 성범죄, 불법 촬영 등의 범죄가 늘고 있어 경찰력만으론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하철 보안관에게도 최소한의 법 집행 권한을 줘서 범법자를 현장에서 제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하철 보안권에게 사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의는 2011년 지하철 보안관 제도가 도입된 직후부터 제기됐지만 관련 법안은 14년간 국회에서 폐지되거나 계류 중으로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경찰대는 서울 지하철 역사 280곳 중에 주요 역사 24곳에만 배치되어 있다”며 “실시간으로 지하철 관련 범죄를 대응하는 지하철 보안관의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