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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넘어진 아이는 울지 않는다’[벗드갈 한국 블로그]

입력 | 2024-04-16 23:30: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터울이 많은 자녀 둘을 두고 있다. 날씨도 따뜻해지고 있고, 아이도 예전과 다르게 한창 뛰고 노는 나이가 되었다. 오랜만에 놀이터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부모들이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붙어 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놀이터는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는 공간인데도 본인 아이만 소중하다는 듯 행동하는 보호자들이 종종 보인다. 이러한 행동을 봐도 간섭하기도 힘든 입장이다. 그러면서 첫 아이를 양육했던 10년 전 한국 사회의 모습과 현재의 분위기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많아졌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

시부모님과 잠시 함께 살던 시절, 아이가 걸음마를 할 때쯤 이야기다. 아이가 걷다가 넘어질 때마다 어머님께서 아이에게 달려가 “할미가 미안하다, 미안해” 하면서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뛰어다니다 물건에 부딪쳤을 때 가까이에 있던 필자를 혼내는 어머님을 보면서 아이에게 보통 정성을 쏟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는 필자가 자라온 몽골과 매우 다른 양육 방식이었기에 문화 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웠기에 한강의 기적을 볼 수 있었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세월이 길어질수록, 한국 사회 및 역사적 배경을 알아갈수록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것이 귀하면 귀할수록 더욱 아끼게 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적용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럴수록 우리가 애지중지 키우는 아이들이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코로나 이전 교육 현장에 들어가 문화와 역사 강의를 5, 6년 이상 해본 경력이 있다. 한국 사회 및 문화를 잘 모르는 외국인은 한국 사람들이 대체로 인사성이 바르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드라마 속 ‘선배님, 선배님’ 하는 호칭 때문에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면서 가장 사용하기 어렵고 많이 틀리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존댓말’이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이렇듯, 한국은 텔레비전에서나 교과서에서나 예의와 인사성을 매우 중요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교육 현장에서 몇 시간씩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대답했던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다수다. 몽골에 ‘좋은 말은 망아지 때부터 다르고, 좋은 사람은 아기 때부터 인성이 좋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필자는 궁금하면 꼭 주변인에게 물어봐야 하는 성격이라 학생들의 돌변하는 태도가 과거에도 존재했는지 알아본 결과 이 또한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수백 년 동안 유지해온 한국인의 인사성과 예의 바른 태도가 점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저출산만이 원인이 아니며, 자기 아이가 최고이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 때문에 생겨난 것 같다. 즉, 아이가 놀다가 다칠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호자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활발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데도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 젊은층이 나날이 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견뎌내는 인내심과 참을성이 어디로 갔나 싶을 때가 있다. 물론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들인 경제적 지원에 비해서 소득이 적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또 부모가 아이에게 필요 이상으로 무리한 꿈과 목표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사연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10대 후반부터 지내기 시작해 20대, 30대를 맞이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 생활을 하면서 이해하게 된 것들도 있지만, 이런 과잉보호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미래가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몽골에서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속담으로 ‘스스로 넘어진 아이는 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키워온 지 어언 12년, 과거와 오늘을 비교해 보며 떠올리게 되는 속담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글로벌 비에이 유학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