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수 산업2부 기자
“준공 30년이 넘으면 안전진단 통과 전에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게 맞나요?”
10일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자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강남권 등 주요 재건축 단지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이런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총선을 석 달 앞둔 올해 1월 정부가 내놓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법안(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의 통과가 어려워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이나 매수를 고려하던 수요자 모두 혼란에 빠졌다고 공인중개사들은 전한다.
‘여소야대 시즌2’가 열리면서 정부가 쏟아낸 주요 부동산 정책들이 공수표(空手票)가 될 상황에 놓였다. 야당 동의가 필요한 주요 입법 과제들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여야 협의가 되겠느냐’는 냉소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21대 국회에서도 여야 이견이 있는 부동산 정책은 법 통과가 안 돼 미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는 올해 2월에야 ‘3년 유예’로 결론이 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 입주가 시작되며 논란이 커지면서다.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하는 재초환법 개정안도 2022년 11월 발의 뒤 지난해 12월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런 불확실성은 치명적인 ‘독’이다. 지난해 6월 이후 43주(이달 11일 기준) 연속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갭투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선 이틀 전인 이달 8일 경기 하남시에서 나온 아파트 단지의 계약취소물량 2채 청약에 무려 57만7500명이 몰렸다. 잠재 대기 수요는 많은데, 도심 공급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려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여야가 이견이 있을 순 있지만 대치만 거듭하다 보면 부동산 시장의 불안과 혼란은 급격히 불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안전진단 규제 완화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는 논의를 미룰 수 없는 문제다. 전자는 중장기 주택 공급 기반 마련에, 후자는 부동산 조세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잠잠한 지금이 여야가 제대로 협의할 수 있는 적기이기도 하다. 여당은 야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심리가 매수세든 매도세든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는 것을 우리 모두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