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공장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에서 9조 원(약 64억 달러)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게 됐다. 앞서 확정된 미국 인텔의 85억 달러, 대만 TSMC의 66억 달러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액수는 인텔, TSMC보다 오히려 많다고 한다.
400억 달러가 넘을 삼성전자의 대미 투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은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투자액 대비 보조금 비율은 삼성전자가 16%로 10.2%인 TSMC, 8.5%인 인텔보다 높다.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등에 대한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2.6배로 늘리고, 최첨단 2나노미터 칩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로 한 계획에 미국이 화답한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의 미래를 생각할 때 이번 일을 반갑게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총 527억 달러의 지원책이 포함된 미국 ‘반도체법’의 목표는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을 줄여 2030년까지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기 시작하면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 청년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로 미국에 만들어질 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보는 마음도 편할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