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력 제지에 보복수위 못 정해 이란 영토 바깥 軍-정유시설 타격 사이버공격 등 비군사적 대응 거론
“확전을 촉발하지 않는 선에서 고통스러운 보복(painful response)을 하겠다.”
13일 밤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15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공습에 반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국이 강력하게 자제를 촉구한 데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무시할 수 없어 구체적 수위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과 서구 매체에선 크게 3가지 ‘대응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지만 장단점이 명확하다.
첫 번째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이란 영토 내 군사시설 타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의 군·정부시설을 목표로 했던 그대로 갚아 주는 방식이다. 전시내각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강경파들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로이터통신은 “시기가 문제이긴 하나, 보복 효과가 가장 높고 신속 대응이 용이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군시설 타격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을 탐지할 기회까지 얻는 이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이란 영토 바깥의 군시설이나 친이란 무장단체 공격’이다. 이란의 공습도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반격 차원에서 이뤄졌다. 미 NBC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대응 방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스라엘로선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내다봤다. 레바논이나 시리아 등에 있는 이란의 정유시설 및 송유관, 무인기(드론) 제조 공장 등을 타격하는 방식도 함께 거론된다.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것보단 수위가 낮은 편이지만, 이 역시 또 다른 이란의 무력 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정유시설 등의 타격은 민간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미 CNN방송은 “적절한 대응과 국제사회 압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마지막 선택지는 ‘비군사적 대응’이다. 사이버 공격을 통해 이란 정보망에 타격을 입히거나 국제사회와 공조해 경제제재를 가하는 식이다.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없어 미국과 국제사회도 가장 선호할 방안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도 “이란 제재를 추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국제적으로 반(反)이란 연합을 구축할 드문 기회를 얻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군에 이란 시설에 대한 리스트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연립정부 정권 유지를 위해 강경파의 협조가 절실한 네타냐후 총리로선 세 번째 방식은 자국 내에서 미온적인 대처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전직 이스라엘 외교관인 알론 핀카스는 CNN에 “네타냐후에게 중요한 건 정치와 자신의 생존, 연립 유지 그리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그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