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총선참패 입장표명] “서민 삶 더 세밀하게 챙겼어야” 정책성과 강조… 국정기조 정당화 “우리 모두 민심 겸허히 받아들여야”… 원고없던 ‘우리 모두’, 내각 책임 부각 前정권 겨냥 “포퓰리즘, 마약 같아”
4·10총선 참패 6일 만인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무회의장에 설치된 TV 카메라로 국민을 마주한 뒤 내놓은 메시지의 핵심은 “올바른 국정 방향을 잡았지만 국민 체감에는 모자랐다”로 압축된다. 윤 대통령은 물가 관리, 부동산 정책, 주식 시장, 원전 생태계 복원, 늘봄학교 실시, 청년 정책 등 국정 성과를 강조하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해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을 일일이 거론하는 과정에서 “그러나” “하지만” 등과 같은 역접 관계 접속사를 15차례 쓰며 정책이 국민에게 와닿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방통행식이라는 비판을 받은 국정 운영 방식, 태도에 대한 변화보다 국정 기조 정당화에 방점이 찍힌 윤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 반면에 ‘불통 논란’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음에 따라 대통령실과 야권 간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尹 “올바른 국정 방향, 국민 체감까진 모자라”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국민들께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더 속도감 있게 펼치겠다며 민생토론회를 이어갈 뜻도 내비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정 기조 방향이라는 것은 지난 대선을 통해 응축된 국민의 총체적인 의견”이라며 “선거로 국정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권이 전임 정부를 비판할 때 꺼내 들던 공세적 표현도 잇따라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다.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 및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라며 “우리 미래에 비춰 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패배에 대한 진솔한 사과나 낮은 자세보다는 공격적 어조도 묻어났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는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는 식의 표현들은 사과의 기술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서 바라는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게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인지 더 깊이 고민하겠다”며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또 “민생을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 한계선상에 계신 어려운 분들의 삶을 한 분 한 분 더 잘 챙겨야 할 것”이라며 “국민께 더 가까이,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국민의 삶을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했다.
● 구체적 쇄신 방안 언급은 안 해
윤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공직 기강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안정을 위해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를 잡아 주기 바란다”며 “기강이 흐트러진 것이 없는지 늘 점검해 주기 바란다”고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집권 3년 차 야당 192석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공직사회 이완을 경계하려는 듯 연이틀 공직사회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