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고조 속 强달러 여파 코스피 ―2.28%… 亞증시 급락
장중 1400원 찍고… 1394원 마감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00.0원까지 치솟았다가 1394.5원에 마감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마저 약화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뉴스1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와중에 미국의 경제지표까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선을 터치했다. 환율이 연일 급등하자 외환당국은 즉각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00.0원까지 올랐다. 환율이 장중 1400원대로 오른 건 2022년 11월 7일(1414.5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긴급 공지를 통해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두 기관이 공동으로 구두 개입에 나선 건 22개월 만이다.
간밤에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매판매 지표가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0.4%)를 웃돌자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더 꺾였다. 이에 따라 코스피(―2.28%)를 비롯해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94%), 대만 자취안지수(―2.68%)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2% 안팎으로 급락했다.
환율 사상 네번째 1400원 터치… ‘외화 빚 226조’ 기업들 비상
“연말까지 강달러… 1450원 갈수도”
기업 이자부담에 실적악화 우려
해외 주재원-유학생들도 부담 커져
엔화 ‘달러당 154엔’ 34년만에 최고
“이렇게 빨리 환율이 오르면 원가 상승과 매출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함께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기업 이자부담에 실적악화 우려
해외 주재원-유학생들도 부담 커져
엔화 ‘달러당 154엔’ 34년만에 최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인 데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 지역에서 전운이 감돌면서 환율이 연일 10원 가까이 뛰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외화 빚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가운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 환율 1400원 찍자 기업들 ‘초비상’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도 문제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한다는 것도 국내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내수 기업들의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연말까지 강달러… 환율 1450원 전망도
일본 경제도 강달러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4.28엔에 거래되며 1990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주시하면서 만전의 대응을 하겠다”며 구두 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엔화 약세를 막진 못했다.
국내 외환·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기획재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시장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