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금리를 기존 전망보다 더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1, 2월 뜨거운 물가 지표가 추세적 변화인지 튀는 지표인지 두고보겠다는 태도를 보이던 파월 의장이 3월에도 높은 물가지표에 고금리의 장기화를 공식화한 셈이다.
1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미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캐나다 정책 포럼에 참석해 “최근 데이터는 명백히 (인플레이션이 2% 목표에 다다르고 있다는데)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러한 확신을 얻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시장의 강세와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제약적 정책이 작동하도록 시간을 갖고, 향후 데이터의 진화를 지켜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상당수 FOMC 위원들은 미국의 뜨거운 경제와 끈적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여러차례 경고음을 내 왔다. 이날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도 “지속적인 물가 압력으로 인해 차입 비용(금리)을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를 포함한 일부 최근 데이터가 연착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이 고금리의 장기화를 공식화하자 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장중 5%를 넘었다가 4.9%대에 안착했다.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도 4.669%까지 올라 올해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시장의 벤치마크 금리라 당장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비롯해 차입비용 상승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파월 의장의 고금리 장기화 공식화에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도 0.21% 떨어진 5051.42를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12% 하락한 1만5865.25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은 3월 CPI와 소매판매지표가 모두 시장 전망을 상회하며 6, 7월 금리 인하 기대를 접은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9월까지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약 70%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금리를 내려도 내년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이날 투자보고서에서 “올해 연준이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미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물가상승률이 2.5% 이상으로 고착된다면 내년 초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해 중반엔 연준 금리가 (현 5.25∼5.5%에서) 6.5%에 도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