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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삶의 통찰 담은 詩語

입력 | 2024-04-18 03:00:00

3년만에 시집 펴낸 최영미




“저도 쓸 때는 인식 못 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제 시 세계가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최영미 시인(63·사진)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25일 출간하는 시집 ‘아름다움을 버리고 돌아와 나는 울었다’(이미출판사)에 담긴 신작 시는 그가 기존에 쓰지 않던 다양한 주제와 강렬한 이미지를 다뤘다는 것이다. 2021년 시집 ‘공항철도’ 이후 3년 만의 시집이다. 2013년에 펴낸 시집 ‘이미 뜨거운 것들’에 수록됐던 작품들에 신작 시 10편을 더한 개정 증보판이다.

그는 1994년 발표한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처럼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2017년 계간 ‘황해문화’에 원로 문인 ‘En’의 성추행 행적을 고발한 시 ‘괴물’을 발표하는 등 여성주의 시각이 담긴 시도 썼다.

하지만 그는 신간에선 언어와 이미지에 천착한다. 시 ‘팜므 파탈의 회고’에선 “나는 뜨거운 사막을 걸었다/모래에 파묻힌/칼날이 반짝였다 (중략) 오아시스 호텔에서 수영을 즐기고/수박 주스를 마시고”처럼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다룬 언어가 돋보인다. 시 ‘방금 쓴 시’에선 “이게 마지막 시집일 거야/시집 펴낼 때마다/생각했지 맹세했지 (중략) 이 남자가/마지막이야/다신 안 만날 거야!”라며 남자와 시를 한 선상에 두고 문학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유쾌하게 풍자한다.

촌철살인도 돋보인다. “여행을 계속하려면/호텔을 바꿔야지/가방을 버려선 안 된다”(시 ‘돌고 돌아’ 중), “자신의 아름다움을/알게 된/소녀는/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시 ‘거울’ 중) 같은 시구엔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겼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