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작년 가족실태조사 결과 30대 “자녀계획 없다”는 10.3%P 줄어 ‘독신’ ‘결혼후 비출산’ 동의는 늘어 1인 가구 비율 33.6%, 3년새 3.2%P↑
내년에 결혼할 예정인 은행원 박모 씨(34·여)는 결혼 상대와 “아들딸 구분 없이 한 명은 낳자”는 계획을 세웠다.
박 씨는 “경력 단절이 걱정돼 둘째까진 엄두가 안 나지만 출산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며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고 경제적 부담도 크니 선뜻 결심을 못 할 뿐 여력이 되면 한둘은 낳겠다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박 씨처럼 출산 계획이 있다는 청년은 3년 사이에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사이에선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는 기대감과 “실제 출산율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30세 미만에서도 같은 답변이 15.7%로 6.8%포인트 늘었다. 반면 ‘자녀 계획이 없다’는 답변은 30세 미만 19%, 30대 44.4%로 3년 전보다 각각 13.5%포인트, 10.3%포인트 줄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 7월 전국 1만2000가구 12세 이상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30대의 변화에 주목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30대에서 10명 중 1명은 출산 의향이 긍정적으로 바뀐 셈”이라며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의 다양한 저출산 대책이 알려지면서 청년층 일부가 출산 의향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반면 2020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조사 결과 분석을 담당했던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0대의 경우 여전히 70% 이상이 ‘자녀 계획이 없다’거나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답하고 있어 저출산 추세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양한 가족 형태, 그리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라며 “이런 경향이 출산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 3가구 중 1가구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가 겪는 어려움으로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렵다’를 꼽은 답변이 42.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 대처하기 어렵다’(37.6%), ‘가사 등을 하기 어렵다’(25.6%)가 뒤를 이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돼 외롭다’는 답변은 23.3%로 3년 전 조사보다 5%포인트 늘어 1인 가구의 정신 건강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