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금강산 관광 등 남북 통로 대북 강경정책에 보란듯 조치
사진은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선 철로와 육로. 2018.04.29. 뉴시스
북한이 동해선 육로(도로) 양측의 가로등을 지난달 상당수 철거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육로는 과거 금강산 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차량이 오가는 등 남북을 잇는 통로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개성공단으로 통하던 유일한 육로인 경의선에 지뢰를 매설해 물리적인 남북 관계 단절에 나섰던 북한이 이젠 동해선 육로까지 사실상 폐쇄한 것. 한반도 긴장 수위가 고조된 가운데, 남북이 더 이상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 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알리는 북한의 공세적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이 지난달 말 동해선 육로 가로등 수십 개를 철거하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자산에 포착됐다. 가로등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를 한꺼번에 철거한 것. 정보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남은 가로등 추가 철거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해선 육로는 지난해 말 북한이 이미 경의선 육로와 마찬가지로 지뢰를 대량 매설해 통행용으로는 쓰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번에 가로등까지 철거하며 우리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겨냥해 보란 듯 노골적으로 시위성 조치를 취한 것이다.
동해선 육로는 2000년 6·15남북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2002년 8월 남북이 잇기로 합의한 도로다. 2004년부터 본 도로 이용이 시작됐다. 이후 금강산 육로 관광 및 이산가족 상봉, 대북 쌀 지원 같은 인도적 지원 등을 위해 남북이 왕래할 때 주로 사용됐다. 2018년 8월 제21차 상봉 당시에도 우리 측 상봉단이 동해선을 이용해 금강산으로 갔다. 다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엔 쭉 폐쇄된 상태였다.
일각에선 북한이 동해선 육로의 불을 꺼버리는 조치에 나선 게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일은 없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