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외면해 총선 패배 원인 지목 비주류 중심 “전대 룰 개정” 목소리 나경원, 여성 당선인과 차담회 등 중진들은 ‘몸집 불리기’ 잰걸음
국민의힘이 당원 투표 100%로 당 대표를 뽑는 현행 전당대회 룰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민심’이 아닌 ‘당심’을 최대한 반영하는 현행 룰이 국민의힘이 유권자로부터 외면받게 된 한 원인이 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논의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3·8전당대회 때 지도부 선출에 ‘당심’만 반영하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대폭 반영된 ‘영남 중심 지도부’가 구성됐다. 다만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면 당 비주류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기존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가 반발하며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전당대회가 이르면 6월 열리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당 위기 수습 상황이 더딘 것과 반대로 당권 주자로 꼽히는 중진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바빠지고 있다. 한 중진 당선인은 “당 패배 수습과는 상관없이 당권은 잡아야겠다는 것 아니냐.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 與 내부서 전대 룰 갑론을박
국민의힘은 지난해 3·8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2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 룰을 기존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돼 있는 ‘7 대 3’ 룰에서 당원 100% 룰로 바꿨다. 당내에선 “룰을 바꾸면 당이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 친윤 인사가 당권을 잡을 수 있게 안전장치를 둔 것”이란 반발이 나왔지만 친윤 진영 주도로 변경됐다. 3·8전당대회에서는 낮은 인지도로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던 김기현 전 대표가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과 ‘김장 연대’를 형성하며 친윤의 전폭적 지원 속에 과반 득표율로 당선됐다.
4·10총선 패배 직후 비주류를 중심으로 ‘전당대회 룰부터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당시 경선에서 김 전 대표에게 패배한 안철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뽑혔던 전당대회는 민심 50%, 당심 50%였다”며 “꼭 바꾸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전당대회 룰은 당심 75%, 민심 25%인 더불어민주당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 핵심 당선인은 “당 대표는 당원이 뽑아야 한다”며 “용산(대통령실)과도 소통하고 조율할 대표를 뽑아야지, 무조건 싸울 대표를 뽑을 것이냐”고 말했다.
● “몸집 불리기 경쟁”
“패배 수습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당권 주자의 몸집 불리기 경쟁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친윤 초선들의 ‘연판장’ 압박에 지난해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던 나경원 당선인은 전날(16일) 여성 당선인들과 차담회를 열었다. 당내에선 “여당 여성 의원 숫자(21명)가 교섭단체 기준을 넘는다. 세력화를 시작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은 15일 “총선 백서를 쓰자”고 공개 주장한 것을 비롯해 공개 메시지를 잇달아 띄우고 있다. 친윤계 당선인은 “권 의원이 용산에 바른 소리도 하면서 당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태호 안철수 당선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거론된다. 당 안팎에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대 출마설도 나온다.
한 수도권 재선 당선인은 “경쟁 상대가 움직이기 시작하니 우르르 움직이고 있다”며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