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일본 의사 수십 명이 구글을 상대로 “구글맵에 실린 악성 리뷰를 방치해 영업권을 침해받았다”며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언론들은 “글을 쓴 당사자가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소송은 이례적”이라며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미우리신문은 18일 “도쿄도, 오사카부, 후쿠오카현 등 전국 의료기관 관계자 약 60명이 도쿄지방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의사들은 구글이 악성 댓글을 방조 또는 조장한 책임이 있다며 1인당 2만3000엔(약 20만 원)씩 총 150만 엔의 배상을 요구했다.
신문에 따르면 의사들은 구글맵에 있는 ‘사용자 리뷰’에 달린 악평들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일부 이용자들이 “머리가 돌았다” “살인병원은 꺼져라” 등의 글을 올리거나 낮은 평점을 줘도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의사들은 일반 자영업자와 달리 환자에 대한 비밀을 지킬 의무 때문에 구체적으로 반론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악플을 쓴 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작성자 신원 확인부터 까다로워 원고에게 불리했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구글과 같은 빅테크 플랫폼에 직접 책임을 묻는다. 원고 측 변호사는 “구글맵은 세계적으로 다수가 이용하는 사회적 인프라인데도 충분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총무성이 운영하는 불법 유해정보 상담센터에 따르면 일본에서 구글맵과 관련해 접수된 불만은 2022년 180건으로 2020년 103건보다 크게 늘었다. 구글 측은 “부정확하거나 오해를 부를만한 내용은 줄이려 노력해 왔으며, 문제가 있는 리뷰는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리뷰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삭제 요청을 받으면 일정 기간 이내 대응하도록 하는 ‘서비스제공자 책임 강화법’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