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도농상생국민운동본부 대표)
급속한 고령화와 청장년 인구의 유출로 우리 농촌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농업 생산의 계절성 때문에 수확기 등 농번기의 노동 수요는 농가나 농촌 지역의 자체 노력만으로 대처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정부도 농번기 계절성 인력 수요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인력과 외국 인력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인력 지원 대책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농촌인력중개센터 170곳을 통해 2023년 연인원 115만 명이 공급됐고, 도농 인력 중개 플랫폼 구축과 구인구직 온라인 정보 서비스로 도시민 3만1000여 명이 구인 농가에 매칭됐다. 또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통한 농촌 일손 돕기 참여 인원은 2018년 30만2000명에서 2023년 119만4000여 명으로 확대됐다. 외국 인력 공급을 위해 농가의 단기 계절 수요에 대응하는 계절근로제, 축산·시설원예부문 등 상시 고용을 위한 고용허가제, 장기체류 비자로 전환하는 숙련기능 인력 제도의 배정 인원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2022년부터는 일 단위 초단기 인력을 필요로 하는 농가들을 위해 농협이 직접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농가에 공급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가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인력 지원 시책에 힘입어 2018년 대비 공공부문 인력 공급이 국내 인력은 4.3배, 외국 인력은 2.3배 증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경영비 상승으로 인력 고용이 어려운 취약계층 농가는 여전히 농촌 일손 돕기 등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노동시장을 매개로 한 통상적인 인력 공급과 달리 도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농촌 일손 돕기는 취약계층 농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인력 지원 사업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대학생 일손 돕기 활동은 38개 대학교에서 126회, 1만1733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더욱 많은 대학의 참여와 지원체계 정비로 청년 세대의 도농 상생을 위한 경험 축적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농번기 인력 부족 완화와 국내 농업 생산 안정화를 위해 기업·단체 임직원 및 대학생들의 일손 돕기, 도시민의 재능기부 활동, 재해·재난 구호지원 활동 등에 좀 더 많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 (도농상생국민운동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