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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식의 탄생과 철학을 연구하는 나에게도 한식은 고유성이 매우 강하고 독특한 음식이다. 서양 사람들은 우리가 지리적으로 보면 중국과 가깝기에 우리 식문화도 중국과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고 한국에 왔다가 한국 음식의 독특성에 매우 신기함을 느낀다. 중국 음식과 비슷한 점이 거의 없고 전혀 다른 식문화이기 때문이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수십만 년 전 인류의 이동 경로와 농경을 보면 서양에선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아나톨리아반도, 유럽 등에서 밀이 자라고 있었던 덕에 밀을 먹고 사는 농경과 식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나라는 요하 문명을 기반으로 고조선을 포함한 한반도에 단립종(자포니카)인 쌀이 먼저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 쌀을 먹고 사는 농경이 발달했다. 밀가루로 빵을 만들 때는 어느 정도 점성이 강력해야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 밀가루의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은 소금을 넣으면 점성이 더 강력해진다. 빵이 잘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소금이 들어가니 훨씬 맛있어진다. 빵 자체만으로 한 끼를 충분히 때울 수 있다. 그러나 쌀은 밥을 지을 때 소금을 넣지 않기 때문에 쌀밥만 먹어선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어떤 다른 무엇의 도움이 필요하다. 즉, 반찬이다. 이 필요성이 밥상 문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한식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밥상에서 젓가락으로 반찬을 선택할 때 결정되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식에만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밥상 구조를 이해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먹을 때도 왜 그렇게 안주를 찾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술을 먹을 것인가보다 무엇으로 막걸리나 소주를 먹을 것인가 고민하는 이유를 말이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