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준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
총선 충격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권의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어려운 경제 때문에 정권 심판론이 힘을 얻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여당의 소통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을 만나지 않는다. 1년 반 전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이후 기자회견은 장기 부재 상태이다. 총선 패배를 인정한 윤 대통령의 며칠 전 국무회의 발언도 통상적인 기자회견이 아닌 ‘간접소통’ 방식에서 나왔다.
대통령은 국민을 설득하는 자리
윤 대통령의 국민 소통은 취임 초와 이후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취임 후 6개월간 도어스테핑을 61번이나 실시했다. 3일에 한 번꼴이다. 대통령으로서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여론은 신선하다는 평이었다. 시민들은 대통령과 심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느꼈다. 그랬던 도어스테핑이 MBC 기자의 고성 파동을 계기로 사라졌다.
소통의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바이든 날리면’ 논란도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해명했으면 가라앉을 일이었다. 무속인 천공이 논란거리가 됐을 때도 적절한 대응이 없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고나 대통령 가족 문제 해명도 국민 눈높이에서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 소통은 불통이었다. 야당의 끈질긴 공세에 정부 여당은 인내심을 갖고 노련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적 궁금증에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양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그랬다.
소통은 자기 변화가 있어야 한다. 소통은 대개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낮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때 이뤄진다.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대통령이라 할 수 없다. 대통령은 설득하는 자리이다. 훌륭한 대통령은 정책 순위를 가려 그것이 왜 중요하며 어떻게 풀어갈지 국민에게 이해와 협력을 구한다. 정치 지도자는 정치적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며, 필요하다면 용기를 갖고 국민을 설득하는 사람이다. 그러자면 국민과의 소통은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실패한 대통령은 모두 국민 소통에 소극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쌍방향 소통 대신 간접소통이 많아
대통령은 팬덤이나 지지자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자유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열린 소통은 필요하다. 사람들은 정치 지도자에게 소통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불평등하게 소외됐다고 판단하면 내 자유가 침해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 결과는 손상된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각자의 전략적 저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언론의 견제는 시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견제하고 비판할 통로가 있음으로써 민주공화국은 살아 숨 쉬게 된다. 과거와 비교해 언론의 위상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언론은 사회적 소통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총선 결과가 정부여당의 소통 정책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기자회견을 재개하는 것이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