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차전지 소재 ‘동박’ 공장 방문 “세계 최고 제품 만들어달라” 격려 새 먹거리 찾기… 현지 공장 확장 국내외 4대 신성장 현장 방문 예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7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위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둘러보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말 공장을 확장해 동박 생산능력을 50% 올렸다. 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내외 신성장 동력 사업 현장을 연달아 방문하면서 그룹의 사업 체질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그룹 안팎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전날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방문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지난달 25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 신공장을 방문한 데 이은 두 번째 현장 행보다. 이브이시스 신공장은 전기차 충전기 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롯데는 지난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해 사명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바꾸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2019년부터 이차전지의 구성물인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구리를 얇게 펴 만드는 동박은 배터리는 물론 반도체 제조에도 사용되는 산업의 기본 소재로 꼽힌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두께가 8㎛(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다. 이날 신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말레이시아 스마트팩토리는 국내 대비 저렴한 전력비와 인건비를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말레이시아는 연중 기온과 습도가 일정해 동박 품질을 유지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다. 강우량이 풍부해 수력 발전을 활용한 전력을 이용하는 점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해외 고객사들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국내에서는 전북 익산에서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다. 향후 스페인과 미국에도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 기념식에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과 동행했다. 이날 말레이시아 방문에는 이훈기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와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수행했고, 신 전무는 함께하지 않았다.
신 회장의 연이은 현장 행보는 그룹의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바이오앤드웰니스, 뉴라이프 플랫폼을 4개의 신성장 테마로 선정하고 관련 사업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브이시스 청주 신공장의 모빌리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공장의 지속 가능성 등 4개 테마의 사업장들을 하나씩 둘러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