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고관절 이상 환자 증가 ‘전치환술’로 대퇴골-비구 기능 회복 AI로 보행패턴 분석해 재활 돕고 앱으로 하중 점검하며 증상 관리
인하대병원 정형외과 유준일 교수(왼쪽)가 인공지능(AI) 보행분석을 통해 고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체중 분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이달 초 김순금(가명·86) 씨는 발을 헛디뎌 고관절이 부러지면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신체 하중을 떠받치는 고관절이 부러지면서 걷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자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인하대병원 유준일 교수(정형외과)는 엑스레이 촬영과 골밀도 검사를 통해 ‘인공고관절 치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 교수는 고령인 김 씨와 가족에게 고관절의 대퇴골두(넙다리뼈의 머리 부분)만 인공 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고관절 반치환술이 아닌 대퇴골두와 비구(골두를 감싸는 골반골)를 모두 바꾸는 전치환술을 권유했다. 비구 부분과 대퇴골두 부분 모두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했다.
수술은 무사히 이뤄졌고, 수술 후 검사에서 관절 가동 범위 등 수술 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김 씨의 수술 후 경과를 살펴보면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보행패턴 분석 기술 등을 적용해 재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 고령의 고관절 골절 환자는 수술 과정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수술 시간이 비교적 짧은 인공고관절 반치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기대수명이 많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인공고관절 전치환술을 통해 치료 효과를 높여 환자가 오랜 시간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가 됐다.
고관절 골절의 주요 원인은 근육량 감소다. 유 교수의 ‘고관절 골절이 발생한 한국인의 근감소증 유병률 연구’를 보면 고관절 골절 환자 중 남성 68%, 여성 44%가 근감소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의 환자들은 골밀도가 낮은 경우도 많아 골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인공고관절을 넣었더라도 근육이 부족하면 탈구가 발생해 평소 생활 습관이나 운동 등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인하대병원은 고관절 수술 후 관리 효과를 높이기 위해 AI 의료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고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나 근력 운동 등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한다. 환자는 실생활이 이뤄지는 동안 수술 부위나 질환 부위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실시간으로 점검받는다.
AI 의료기술은 환자의 증상 완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 수술받은 환자의 엑스레이상 양쪽 다리 길이가 같고 가동 범위가 충분한데도, 다리 길이 차이가 느껴진다며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수술 전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실어 디딘 습관 탓에 교정이 됐음에도 증상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관련 연구 등에서 노인성 고관절 골절 발생 후 1년 내 사망률은 약 20%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관절 골절은 통증이 심해 움직임이 줄어들고 이 과정에서 혈관 기능이 떨어져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수술과 수술 후 꾸준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에게 진료받아야 한다.
유 교수는 “고령의 환자들이라도 기대수명이 높기 때문에 일상생활로의 복귀는 중요성이 커졌다”며 “고령의 환자가 고관절에 이상이 생길 경우 보호자들은 수술받고 재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