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공지능 개발 경쟁] “작은 AI가 맵다, 저비용 고효율” 고려대 개발 의료AI, 美기준 통과 법률-통신-금융 특화 모델 쏟아져
16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연구실. 컴퓨터학과 강재우 교수가 ‘관상동맥 스탠트 시술 후 2주가 지난 61세 남성 내원. 소변량 줄고 전신 불편감. 발에 그물 모양의 보라색 변색’이라고 환자의 상태를 입력했다. 그러자 강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언어모델 ‘미어캣’이 즉시 “콜레스테롤 색전증 증후군(Cholesterol Embolisation Syndrome)이 나타난 것 같다”고 답했다. 의사처럼 진단을 내린 것이다.
보안성이 높고 학습과 구동에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드는 AI 소형언어모델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형언어모델에 비해 가볍게 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가성비 AI’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대형언어모델이 세상 모든 영역을 다 아우른다면 소형언어모델은 법률, 의료, 통신, 금융 등 좁은 영역에서 특화된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기업에서 수요가 높다.
16일 1000억 원에 달하는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도 효율적인 기업용 언어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AI 반도체 공급난과 전력난도 기업들이 소형언어모델에 집중하는 이유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현재 소형언어모델은 대형언어모델과 성능이 유사하면서도 학습 및 구동 비용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다”며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소형언어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사들도 소형화에 주목하고 있다. KT는 2100억 개 이상 파라미터를 가진 대형언어모델 ‘믿음’을 70억∼400억 개 수준으로 경량화해 특정 분야에 제공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가 상반기 내 공개를 앞둔 언어모델 ‘익시젠’도 소형언어모델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