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중 처음으로 날았던 ‘곤충’ 복잡한 경첩 날개 구조 가져 3D 촬영-머신러닝 등으로 분석 ‘로봇 파리’ 구현해 비행 성공
곤충의 비행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초소형 로봇의 모델이 된 곤충 파리. 게티이미지코리아
과학자들이 곤충이 비행할 때 근육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세세하게 밝혀냈다. 영상 기술에 인공지능(AI)을 구현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 모델링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한 성과다. 비행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제작한 로봇 파리도 활용했다. 곤충이 비행하는 생물로 진화하게 된 생체역학적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클 디킨슨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 연구팀은 1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곤충은 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킨 최초의 동물이다. 날개 구조도 익룡, 새, 박쥐 같은 다른 비행 동물들과는 다르다. 곤충의 날개는 팔다리에서 진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대신 날개와 몸을 연결하는 독특하면서도 아주 복잡한 부위인 ‘경첩’을 갖고 있다.
비행하는 곤충의 경첩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첨단 기술을 동원했다. 초파리가 날아갈 때의 날개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먼저 공막을 조절하는 근육 전체의 실시간 칼슘 영상을 확보했다. 칼슘은 근육과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곤충이 비행하는 동안 칼슘의 활성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하면 비행할 때 어떤 신체 부위가 활용되는지 알 수 있다.
연구팀은 또 3차원(3D) 초고속 비디오 촬영을 통해 날아다니는 초파리의 날개 움직임을 포착했다. 총 7만2000개의 3D 촬영 데이터를 확보했다. 데이터를 검증한 결과 자유롭게 비행하는 파리의 모든 동작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비행하는 파리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로봇 파리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머신러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근육의 움직임에 따른 날개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인공신경망을 만들었다. 날개 움직임에 대한 개별 공막의 역할을 예측하는 신호 변환기도 개발했다. 그런 뒤 곤충의 각 부위 근육 활동이 비행 시 발생하는 공기역학적 압력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해 실제 파리와 유사하게 비행할 수 있는 로봇 파리를 완성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이렇게 완성된 로봇 파리는 인공적으로 구현한 경첩을 갖고 있으면서 실제 자연계에서 살아가는 파리와 아주 유사한 비행 움직임을 보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분야의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파리 날개 경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실제 파리처럼 비행하는 로봇을 제작해 곤충 날개의 비행 원리를 규명했다”며 “곤충의 경첩은 자연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진화적으로 중요한 골격 구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디킨슨 교수는 “후속 연구로 곤충의 뇌신경계 연결지도(커넥톰)가 개발돼야 한다”며 “비행하는 과정에서 뇌가 곤충에게 어떤 명령을 내리고 신체가 이를 따르는지 확인하면 곤충의 비행 제어 회로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