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박물관 기획 ‘사투리는 못 참지’ 방언의 역사-문학작품 속 명문장… 같은 상황 달리 쓰이는 지역 말 등 문헌-음성-영상 432점 선보여… “가장 자신다운 말, 참지 말고 해야”
18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10주년 기념 ‘사투리는 못 참지’ 언론 설명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야야라, 조 치와. 돼싸. 됐다고. 씨끄루와.(야, 저리 치워. 됐다. 됐다고. 시끄러워.)”
“너 이 지금 뭐랭고란? 쌉잰?(너 지금 뭐라고 했어? 싸우자고?)”
“저 쌔쓰개 말 똑바로 아이하니? 참 벨스럽다야.(저 미치광이 말 똑바로 안 하니? 참 별스럽다.)”
방언은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쳐 이르는 ‘오방지언(五方之言)’을 줄인 말이다. 방언은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담은 유산이지만, 통신의 발달로 지역 간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또 표준어가 자리 잡으면서 방언을 비공식적인 말이나, 숨겨야 할 것으로 여기는 경향도 생겼다.
이번 전시에선 희석돼 가는 방언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문헌, 음성, 영상 등 294건 432점을 선보인다. 문영은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방언은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라며 “전시를 본 관람객들이 가장 자신다운 말인 사투리를 참지 말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부로 구성된 전시 중 1부 ‘이 땅의 말’에서는 방언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헌을 제시한다. 1900년 10월 9일 한글날에 발간된 ‘황성신문’ 논설은 “경기도 말씨는 새초롬하며, 강원도 말씨는 순박하며, 경상도 말씨는 씩씩하다”고 전한다. 그러나 1926년 나온 잡지 ‘동광’ 제5호는 “사토리(사투리)를 없이 하여 말을 한갈같이(한결같이) 하고…”라며 방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 문 연구사는 “일제강점기 우리 말과 글을 하나로 합쳐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방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2부 ‘풍경을 담은 말’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가 경남 함양의 사근역 지방관으로 일할 때 지역민들의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고생한 기록을 담았다. 이덕무는 ‘청장관전서’에서 “처음 사근역에 부임했을 때 아전이나 종의 말을 듣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신라 방언’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3부 ‘캐어 모으는 말’에서는 녹음기, 조사 노트, 카세트테이프 등 방언 연구자들의 손때 묻은 물품이 전시됐다. 국어학자인 곽충구 서강대 명예교수가 현지 조사 중 길에서 만난 사람이 쏟아내는 방언을 급하게 적은 담뱃갑도 볼 수 있다. 곽 명예교수는 이번 전시를 위해 만난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보물이 쏟아지는데 가만있을 수 있나요. 여기라도 얼른 적었죠”라고 회고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이 1987∼1995년 발간한 남한 전역 138개 군 방언 조사 결과 등 국가 차원의 방언 보존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도 전시됐다. 김희수 전시운영과장은 “한글은 방언을 채집하고 기록해 보존하는 중요한 기록문화유산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