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교육 에세이 ‘다시 일어서는 교실’ 표지. 김영사 제공
신간 ‘다시 일어서는 교실’의 저자 송은주 씨(37)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20년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가 화제가 된 이후 4년 만에 나온 신작 에세이다. 전작이 젊은 교사들이 안정성과 워라밸을 갖춘 교사들이 왜 교육 시스템에서 이탈하는지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14년 차 초등교사이자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둔 학부모로서 교육 현장 전반의 현실을 담아내려 했다. 그는 “(사건 이후) 학부모들은 학교에 문의하기 더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생겼고, 학교 역시 방문할 수 있는 행사를 줄이는 등 점차 폐쇄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 상황이 지속되면 서로가 답답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씨는 책을 쓰기 위해 교사, 학부모, 교장, 교감, 교육부 관계자 등 110여 명을 인터뷰했다. 흔들리는 교권과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 등 교육 현장의 해묵은 문제의 정답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책의 각 장도 △교사의 시선 △학부모의 시선 △학교의 시선 △공교육의 시선 등 이해 관계자의 입장을 고루 담았다. 그는 “학부모님들을 처음 인터뷰할 때 교사인 내 입장을 생각해서 자신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다 하기 어려워했다”며 “책의 70~80% 정도를 완성했을 때 다시 인터뷰를 요청해 보다 진심이 섞인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시 일어서는 교실’의 저자 송은주 씨. 김영사 제공
학부모들은 평범한 질문이나 문의조차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위축된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4학년생 학부모는 “요즘 ‘맘카페’에 들어가서 보면 좀 무섭다”며 “학교나 선생님의 교육 방침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을 뿐인데 ‘질문자의 의도가 궁금하다’는 댓글 등이 달린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상담이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소통 창구 중 하나였던 ‘상담 주간’도 점차 없어지고 있다. 송 씨는 “저도 막상 학부모가 되어보니 담임 선생님과 하는 상담 20분이 굉장히 짧다고 느꼈다”며 “학부모는 내 아이에게 집중해 주기를 바라고, 교사는 여러 아이를 만나야 한다는 입장의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현장의 문제가 교사와 학부모 간 대립관계 만으로 축소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 씨는 “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한 교사와 학부모 모두 아이들을 만나는 장소와 방법이 다를 뿐 아이들이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며 “큰 목표는 같은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서로 오해하고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국 교육 정책의 가장 큰 단점으로는 ‘너무 급하다는 것’을 꼽았다. 예를 들어 애초 2025년 추진하기로 했던 늘봄학교는 정부가 일정을 앞당겨 올해 2학기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늘봄학교는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학교가 오전 7시~오후 8시 돌봄과 교육을 담당하는 제도다. 그는 “정책을 학생 중심으로 짜지 않고, 정치나 경제적 관점에서 만들어 급하게 집행하니 학생은 실험만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책에서 학부모들이 교사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토로한 사례를 미화 없이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령 학교 폭력을 당하는 학생들을 외면하며 ‘그 정도면 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거나, ‘아이들의 자유를 중시한다’며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그는 “내가 교육계에서 교사이자 학부모로서 쓸 수 있는 책을 썼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