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의 마약 공급 총책인 중국 동포 이모 씨(38)가 캄보디아에서 붙잡혔다. 사건 당시 중국에서 범행을 벌였던 이 씨는 수사당국의 포위망이 좁혀들자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이후 현지에서 ‘청색 필로폰’을 대량 제조해 국내에 판매해 오다가 이번에 검거됐다.
국가정보원 제공. 캄보디아 경찰에 검거된 이 씨와 그의 은신처에서 압수된 물품.
사정당국에 따르면 캄보디아로 밀입국한 이 씨의 행적이 파악된 것은 1월 공범인 중국인 A 씨(34)가 인천공항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한 혐의로 체포되면서부터였다. A 씨의 상선인 공급책을 수사하다가 이 씨가 캄보디아에서 필로폰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
이후 이 씨 검거를 위해 아시아마약정보협력체(INTAC) 전담 추적팀이 꾸려졌다.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5개국이 참여하는 이 협력체는 국가정보원 주도로 2월 출범했다. 추적팀이 이 씨의 은신처와 주변 인물 등을 탐문한 끝에 캄보디아 현지 경찰이 16일 이 씨를 은신처에서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푸른색 필로폰이 등장하는 한 미국 드라마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푸른색 필로폰을 제조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또 한국과 중국에 푸른 필로폰의 견본품을 공급해 시장 반응을 타진했고, 한국에 대량 공급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씨에 대해 “검거하지 못했다면 대량의 마약이 밀반입돼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과 같은 신종 범죄에 쓰였을 것”이라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국제 범죄조직에 대해서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끝까지 추적, 검거하겠다”고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