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하는 모습(왼쪽.대통령실 제공)과 이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르면 다음 주 취임 후 첫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0총선에 따른 대통령실의 국정 방향 변화를 보여주는 단초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자신이 총선 과정에서 공약한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을 공식 요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국 주도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수용하라는 강한 압박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발표한 직후 강성 지지층과의 유튜브 라이브에 나서 “(민생회복)지원금 문제 등 이런 얘기를 주로 해야 한다”며 “개헌 문제 이런 것들도 여야 간에 대화가 가능하면 최대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총선 때 공약한 ‘전 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 민생회복지원금 등 민생 문제와 함께 채 상병·김건희·이태원 특검법 수용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22년 8월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이후 최근까지 9번에 걸쳐 영수회담을 요구해왔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취임 후 2년 가까이 이 대표를 따로 만나지 않은 것은 이 대표가 각종 의혹에 연루된 수사 대상이자 형사 피고인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의 카운터파트는 여당 대표라는 명분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KBS 대담에서도 “대통령실은 여당과 별개이기 때문에 영수회담은 없어진 지 오래”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총선에서 참패하고, 거야(巨野)의 대대적 압박이 예고되면서 “대통령실이 먼저 나서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임기 중 한 번 정도가 통상적이었고, 대개는 참배를 통해 4·19 민주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며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게 꺼려져서 기념식을 회피했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