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AI 쇼크’ 이후 정반대로 가는 바둑-체스 체스 교육 장려하는 서구권 전문적인 교육자-선수 양성 목적 학습력 높이고 사회통합에도 기여
미국에선 세계 최초로 정식 ‘체스학과’가 설립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선 전 세계 유일 바둑학과로 명성을 떨쳤던 명지대 바둑학과가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근교에 있는 웹스터대학은 지난해부터 교육대학원에 체스 교육 부전공 학위를 신설해 신입생을 받고 있다. 이 학과는 전문적인 체스 교육자를 양성하는 동시에 초중고교에서 받은 체스 교육이 실제 직업적인 수준으로 이어지도록 공백을 메우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학과 수업은 체스의 역사부터 경기 전략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웹스터대 체스팀 코치를 맡았던 세계 20위 체스 선수 레꽝리엠(33)은 “대학에서 체스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정식 학과까지 신설할 수 있었던 배경엔 체스에 대한 높은 수요가 있었다. 미국체스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체스 클럽은 1300개로 가입자가 10만 명이 넘는다. 매년 공인 대회가 1만 건 이상 열린다. 미국 전체 체스 인구는 8000만 명가량으로 추산됐다. 초중고교에선 방과 후 수업과 여름 캠프 등 체스 교육이 활성화돼 있으며, 학교마다 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많다.
초등학교에 체스 수업을 의무화하는 국가들도 나오고 있다. 2011년 6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스 수업을 정규 커리큘럼에 넣은 아르메니아를 시작으로 영국, 러시아 등에서 시행을 검토하거나 실제로 시행됐다. 지난해에는 조지아 전역 2200개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체스 교육이 의무화됐다. 체스가 집중력과 논리적 사고,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12년경 각 회원국에 ‘교육 시스템에 체스 수업을 도입하라’고 장려하는 조약을 발표했다. 당시 EU는 “체스는 모든 사회집단의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으로 사회 통합과 차별 퇴치, 범죄율 감소, 다양한 중독과의 싸움 등 정책적 목적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