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 ‘국립대 감축’ 먼저 제안 발표 73일만에 의대증원 사실상 축소 의사들 “원점 재검토만이 해법” 냉담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대학이 일정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4·10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후 9일, 의대 증원 발표 후 73일 만에 ‘2000명 증원’ 고수 입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 같은 ‘자율 감축’ 방안은 정부가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제로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총장들에게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대학이) 희망하는 경우 증원 인원의 50∼100% 범위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전날) 6개 거점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심도 있게 논의해 입장을 정리했다”며 이날 발표를 ‘과감한 결단’이라고도 했다.
의대 증원 2000명서 축소… 올해는 1500∼1700명선 늘듯
[의대증원 축소]
정부 “증원분 50~100% 자율결정”
이주호, 총장들 직접 만나 요청… “입시 일정 쫓기자 꼼수” 불만 나와
거점 국립대 9곳중 6곳만 동참… 사립대는 울산의대 등 일부 감축
정부 “증원분 50~100% 자율결정”
이주호, 총장들 직접 만나 요청… “입시 일정 쫓기자 꼼수” 불만 나와
거점 국립대 9곳중 6곳만 동참… 사립대는 울산의대 등 일부 감축
교육-복지장관 무슨 얘기?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특히 모집 인원 감축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립대 총장들을 만나 먼저 요청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학 사이에선 “정부가 의사들과 풀어야 할 문제를 국립대를 압박해 해결하려 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번 자율 감축 건의서에 지역 거점 국립대 9곳 중 6곳만 동참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사립대는 울산대 등 일부만 동참
이 대학들은 내년도 의대 정원이 총 598명 늘어날 예정이었다. 이 대학들이 증원분을 50%씩만 선발하면 전체 증원 규모는 총 2000명에서 총 1701명으로 줄어든다. 건의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전북대, 전남대, 부산대 등 국립대 3곳이 모두 참여할 경우 전체 증원 규모가 1500명대로 낮아지지만 일부 국립대는 감축을 거부하고 있다. 전남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증원 조정 계획이 없다”고 했다.
추가로 4월 말까지 사립대가 얼마나 자율 감축에 동참할지에 따라 최종 증원 규모가 결정된다. 사립대 중 자율 감축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곳은 현재로선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 정도다. 이 대학은 의대 정원이 40명서 12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었다. 울산대 관계자는 “증원 규모를 조정할 계획이 있다. 현재 어느 정도 조정할지 논의 중”이라고 했다. 다만 감축에 동참하더라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사립대 총장은 “배정된 인원을 줄이더라도 감축 규모는 10, 20%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또 상당수 사립대는 배정 인원을 100% 다 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제대는 “정원이 93명에서 100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만큼 배정된 정원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늘어난 정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고 시행계획 변경 심의 신청을 마친 대학들도 자율 감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 이 부총리 요청 두고 ‘대학 압박’ 불만도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총리는 17일 일부 국립대 총장 등을 만나 내년도에 한해 의대 증원분의 50∼100% 안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총장들은 “내년도 입시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이달 중 정원을 학칙 등에 반영해야 하는데 의대 교수 등 학내 반발로 교무위원회 통과 등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이 부총리가 파국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자율 감축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18일 교육부에 제출된 건의서도 이 자리에 참석했던 국립대 총장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율 감축 방식에 회의적인 분위기도 있다. 한 대학 총장은 “올해 한 명이라도 증원되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안 돌아올 것”이라며 “2026학년도에 배정된 증원분이 모두 반영되는 만큼 ‘조삼모사’로 느끼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달 말까지 확정된 각 의대의 최종 모집 인원은 다음 달 말까지 각 대학 홈페이지에 공고된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