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흩날리는 산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점심 식사가 너무나 환상적이었어요.”
9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오룡산. 김유빈 전남도 에너지산업과 주무관(25‧여)은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전남도청 뒷산인 오룡산에 올랐다. 꽃향기 가득한 오솔길을 걸으며 오랜만에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동료들도 학창 시절 봄 소풍을 온 것처럼 무척이나 설렌 표정이었다. 숲속 쉼터에서 꽃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김 주무관은 “김밥과 어묵, 떡볶이, 닭강정 등 분식집 메뉴가 전부였지만 분위기만큼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 못지않게 좋았다”며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추억 하나를 만든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9일 전남 무안군 오룡산에서 열린 전남도 신입 및 저연차 공무원 간담회에 참여한 청년 공무원들이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도는 6월 20∼21일 진도에서 ‘전남 미래 2030 영(YOUNG)한 워크숍’을 개최한다. 20대 전 직원과 본청 근무 5년 미만 30대 직원 등 100여 명이 참가한다. 직원들은 팀 빌딩, 역량 강화 및 소통 교육, 현지 체험활동을 하며 친목을 다진다.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20, 30대 희망자를 대상으로 처음 개최한 워크숍의 반응이 좋아 6개월 만에 다시 소통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정례 조회에서 “부서 회계와 각종 자료 취합 등 단순 업무 비중이 높은 7급 이하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줘야 한다. 새내기 공무원들이 전직까지 고려한다면 얼마나 괴로운 일이냐.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남도와 22개 시군에서 근무하는 새내기 공무원들의 이탈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전남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무연수 5년 미만 공무원 606명이 조기 퇴직했다. 22개 시군에서 58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전남도청에서 23명이 그만뒀다. 젊은 공무원들이 스스로 공직사회를 박차고 나오는 배경에는 낮은 급여·처우와 잦은 민원 마찰, 엄격한 위계, 과중한 업무 등이 꼽히고 있다.
7급 이하 공무원의 사기를 북돋우려고 전남도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연간 120여 명에게 3박4일 일정으로 해외 연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전남도는 해외 연수가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MBTI(성격유형검사)를 활용한 조직 소통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구성원 상호 특성을 파악해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조직 내 불공정한 관행 근절과 청렴도 향상을 위해 2022년부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무원과 함께하는 청렴정담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고민정 전남도 총무팀장은 “새내기 공무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평적이면서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근무 경력 1년 이상인 7~8급 직원들로 구성된 ‘MZ세대 혁신 디자인단’을 꾸리고 다양한 제도 개선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