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허영인 회장. 뉴시스
21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임삼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허 회장과 황 대표를 구속기소했다”며 “같은 혐의로 전직 SPC 고문 서모 씨와 SPC 자회사 PB파트너즈 노무총괄 전무 정모 씨 등 임직원 총 1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PB파트너즈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 “민노총 조합원 570여 명 탈퇴 종용하고 인사 불이익”
검찰에 따르면 허 회장은 평소 반감을 가지고 있던 민노총 노조 지회장이 근로자 대표로 선출되자 황 대표를 질책하고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노조를 ‘과반수 노조’로 만들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허 회장은 또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민노총 노조가 집회를 이어가자 ‘브랜드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노조 탈퇴 작업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허 회장의 지시를 받은 황 대표 주도로 PB파트너즈 임원들과 8개 사업부장, 제조장, 현장관리자들이 조직적으로 민노총 소속 제빵기사들에게 탈퇴를 종용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이를 위해 SPC는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승진인사 정성평가에서 원칙적으로 승진할 수 없는 ‘D등급’을 주는 등 인사 불이익을 부여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 “사측 친화적인 노조를 리스크 관리 도구로 전락시켜”
검찰은 “SPC그룹이 민노총 노조의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사측에 친화적이었던 한국노총 노조를 리스크 관리 도구로 활용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사(勞使) 갈등’을 ‘노노(勞勞) 갈등’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한국노총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PB파트너즈가 제빵기사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명단을 한국노총 측에 제공해 민노총 노조 탈퇴 작업에 이용하도록 한 사실도 파악하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 수사 시작 1년 6개월 만에 ‘허영인 회장 주도’ 결론
해당 수사는 2022년 10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황 대표 등 28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검찰에 넘기며 시작됐다. 검찰은 약 1년 6개월 동안 SPC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제빵기사 등 300여 명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 대상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검찰은 허 회장이 그룹 전체를 총괄하며 노조 활동에 대한 대응 방안을 최종 결정하고 지시를 내리는 등 범행을 주도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던 황 대표를 이달 초 체포해 구속하고 구속 만기(23일)를 이틀 앞둔 이날 허 회장과 가담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