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DB
정부 출범 2년 만에 가시화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첫 영수회담의 핵심 의제를 놓고 대통령실과 야당 모두 ‘민생’을 꼽았지만 셈법은 각기 다르다. 대통령실은 민생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 협조가 절실하고, 야당은 수권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존재감을 강조해야 하는 만큼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어젠다로 제시하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 핵심 쟁점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민주당은 이 대표가 꺼내 들 민생 의제의 핵심은 자신의 총선 공약인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과 이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지원금 편성에 약 13조 원이 드는 만큼 민생회복 긴급조치를 위한 추경안 편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현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라고 강조한 상황에서 이 대표 면전에서 이를 물리치기는 조심스러울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제안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공감을 보이고 뒤 접점을 찾아갈 수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 지금 없다”고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전세사기 특별법, 채 상병 특검법,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표결 등 민주당이 다음 달 국회 본회의 통과를 벼르고 있는 법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영수회담) 의제에는 채 상병 특검법과 이태원참사법, 전세사기 특별법을 비롯해 민생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행여나 윤석열 정부가 이 부분을 발목 잡는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측은 개헌이나 저출산 위기 대응을 위한 여·야·정 대화 기구 마련, 국익 중심의 외교 기조 전환 등 큰 어젠다도 제안해 ‘큰 리더십’을 강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 입지 강화를 위해 굵직한 어젠다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건희 특검법’ 등을 의제를 올릴 것인지를 두고는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민생 우선’이 이번 회담의 기본 원칙이다 보니 예민한 이슈인 특검법은 후순위 의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강성 지지층은 특검법 논의를 원하는 만큼 당 지도부가 해당 의제를 무조건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처음부터 대통령실을 압박하지는 않으리라 본다”는 기류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및 의료공백 해결, 3대 개혁(교육·노동·연금), 민생 법안 입법에 대한 야당 협조를 이 대표에게 요청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진통을 겪고 있는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다음 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 틀에 야당이 함께 해달라고 협조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에 관한 법률(단통법), 공시가격 현실화, 금융투자세(금투세) 폐지와 법인세 부담 완화 등 역시 야당의 입법 협조가 필요하다.
또 국무총리, 대통령실 비서실장 후임 인선이 의제로 거론된다. 야당 대표와의 첫 회동이라는 밥상을 차려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 인선을 먼저 발표하기보다 이 대표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데리고 일할 사람인 만큼 비서실장 인선에 대승적 양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리 인선은 민주당 동의 없이는 어려운 만큼 이 대표에게 폭넓은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