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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오는 가족이나 손님을 모시고 식사할 기회가 잦다. 손님들에게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으면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셋으로 나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같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꼭 가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고, 프랑스 음식은 느끼하다는 선입견으로 한국 음식 아니면 아시안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또 하나는 뚜렷이 원하는 것이 없다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에게는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전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
나는 한국의 소고기 등급에 반대한다. 살코기 자체의 맛이나 품종에 따른 차별화보다는 지방 부분, 즉 마블링이 17% 이상이어야 최상급을 받는 우리나라의 등급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프랑스에는 ‘라벨 루주(Label rouge)’ 제도가 있다. ‘라벨 루주’ 등급을 받으려면 소에게 유전자 변형 재료(GMO)나 팜유를 사용하지 않은 100% 식물성 사료와 풀을 먹이고 7∼8개월 방목해야 한다. 100ha(헥타르)당 평균 60마리만 방목해야 하고, 도축 후에는 최소 10일 이상 숙성시킨 다음 출하한다는 규정도 따라야 한다. 초원에서 방목해야 하는 프랑스와 가두어 키우면서 사료를 많이 먹여 살을 찌워야 좋은 가격을 받는 우리나라의 등급 제도는 어쩌면 정반대인 셈이다.
입안에서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걸맞은 우리네 한우와 달리 씹는 즐거움이 느껴지는 파리의 정육식당 메뉴들은 우리가 평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제시하는 신세계와도 같은 곳이다. 다만 투뿔 한우를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마블링=맛있는 소고기’라는 선입견만 앞세우지 않을 때 말이다.
전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